올해 세법 개정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감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원활한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서는 부자 증세를 통한 부족분 보전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30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5년간 올해 대비 12조6018억 원(누적)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내년에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일부 비과세·감면에 따른 기타 세수가 1조250억 원 늘지만, 소득세와 법인세가 각각 3조8996억 원, 1892억 원 덜 걷히면서 전체 세수는 3조2810억 원 감소할 전망이다. 소득세 감소는 세입으로 계상되기 전 지출되는 근로장려금(EITC)과 자녀장려금 지출이 각각 2조6000억 원, 3000억 원 늘어나는 데 따른 영향이다. 법인세는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감소가 예상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총예산 규모를 본다면 줄어드는 세수가 큰 숫자는 아니지만, 복지지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를 고려하면 가능한 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곳에서 충분하게 거두는 게 좋다”며 “그런 차원에서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했는데, 세수효과가 9000억 원에 불과해 감소분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세를 안 한다면 세수 부족분을 국채로 조달해야 하는데, 그건 미래 세대에 상환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현재 세대에서 세금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고, 국민적 공감대 등을 고려하면 지금으로선 보유세 인상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세수 감소가 전반적인 세입기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감세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율을 낮추는 감세를 한 게 아니라 비과세·감면을 확대한 것이기 때문에, 집행 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감소분을 보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식의 세수 확보는 조세 체계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율을 보다 명확하게 해 감세를 하려면 전반적인 경제주체의 부담을 줄여주는 게 맞다”며 “지금은 그렇게 하면 세금을 줄여줬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우려하는 것 같은데, 공제를 건드리는 것 보단 전반적인 세율을 조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