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제대혈 보관 고객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면서 이들을 붙잡으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제대혈의 사용 범위가 소아암에서 난치병으로 확대되면서 ‘평생 보관’ 수요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제대혈 보관 만기 고객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제대혈은행 시장점유율 1위 ‘셀트리’를 운영하는 메디포스트는 2016년 1000여 명이던 만기 고객이 올해 3만 명으로 급증했다. GC녹십자랩셀의 ‘라이프라인’도 올해 2000여 명 고객의 보관 기간이 만료된다. 이 밖에 주요 가족 제대혈은행으로는 세원셀론텍 ‘베이비셀’, 차바이오텍 ‘아이코드’, 보령바이오파마 ‘보령제대혈은행’ 등이 있다.
국내 제대혈은행은 1997년부터 설립되기 시작했지만 제대혈 보관은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당시 보관 기간을 기본 15년으로 설정하던 고객이 주를 이루면서 초기 보관 고객들의 만기가 최근 한꺼번에 돌아오고 있다.
제대혈은 임신 중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탯줄에 있는 혈액을 말한다. 분만 시에만 채취할 수 있으며, 검사와 가공을 거쳐 냉동 보관했다가 본인과 가족의 난치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가 풍부하므로 이식을 통해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최근에는 조혈모세포뿐만 아니라, 연골, 뼈, 근육, 신경 등의 장기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간엽줄기세포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는 점을 활용해 근위축증, 파킨슨병, 척수손상, 뇌졸중, 알츠하이머 등 난치병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제대혈 사용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대혈 보관 초기 기준으로 삼았던 기간인 15년은 소아 청소년기에 발병률이 높은 소아암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제대혈 줄기세포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성인의 사용 빈도가 늘어나 20년 이상 혹은 평생 보관하는 사례도 크게 늘었다.
메디포스트는 최근 전담팀을 만들고 만기 고객의 계약 연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장 계약자에게는 제대혈 이식 지원비와 이식 환급금 등의 혜택도 지원한다. 회사 관계자는 “3만 명 고객의 계약 연장 여부가 올해 매출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장 비용은 20년에 100만 원 선으로 제대혈 채취와 검사, 가공 등의 절차가 필요 없어 신규 보관보다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후발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15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연락처가 바뀐 고객들이 다수 발생했을 것이란 점을 감안해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한편 개인정보 업데이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 고객이 순차적으로 추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장 고객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만기 고객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업체도 있어 연장 고객 유치전이 점점 달아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