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1년 전 오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잡기’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정도된 시기였다. 다주택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서민주거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부는 작년 8·2 대책을 통해 5가지 항목에 따른 16개 추진 과제를 기획했다. 정책의 의도대로 부동산 시장은 반응했을까. 사계절을 보낸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집값은 오르고 멈추기를 반복하고, 거래 쏠림현상은 여전하다.
온나라부동산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105.6로 집계됐다. 작년 8월 99.3보다 6.34% 오른 수치다. 이는 그 전년도 같은 기간(2016년 8월~2017년 7월)보다 높은 수치다. 당시 이 기간 서울의 월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94.6에서 98.7로 4.33% 높아졌다.
서울 25개 구로 봤을 때도 지난해 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가 몰린 동남권 지수는 99에서 108.4로 9.5% 뛰었다. 전 지역에서 가장 큰 변동폭을 보인 곳은 송파구(12.27%)였다. 경기 과천(100.1→107.2), 세종시(100→101.2)도 순서대로 7.09%, 1.20% 올랐다.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도 높아졌다. 한국감정원이 작년 12월 표본을 재구성한 것을 고려해 올해 들어 수치 변화를 보면 서울의 중위매매가격은 1월 6억3808만 원에서 6억6642만 원으로 4.4% 올랐다. 중위가격은 강북구(-1.3%), 노원구(0%)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100만 원대에서 6000만 원대 후반까지 변동 구간도 다양했다.
상승률이 높은 지역 순으로 보면 △중구 8.1% △용산구 7.5% △양천구 7.4% △마포구 6.9% △송파·강서·은평구 6.3%로 각각 나타났다. 경기 과천(5.3%), 세종(3.3%) 역시 올랐다.
◇양도소득세 중과·청약제도 개편…규제 무색 쏠림·경쟁 심화 =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시장의 몸부림도 컸다. 8·2 대책에서 예고됐던 양도세 중과의 시행을 앞둔 올해 1~3월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거래량이 급증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는 석 달 연속 1만 건을 넘어섰다. 특히 3월엔 1만3827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전년 1~3월의 4480~6658건에 비해 1.5~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움직임으로 시행일인 4월 1일을 앞둔 시점에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반면 양도세 중과가 4월부터는 거래 절벽이 관측됐다. 당장 4월 거래량부터 전월의 절반 이하인 6216건으로 급감했고, 보유세 인상까지 예고됐던 6월엔 6년 만의 최저 수준의 월별 거래량인 4803건을 기록하는 데 이르렀다.
청약제도 개편 효과도 크지 않았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인기 지역의 청약시장은 더욱 바늘구멍처럼 좁아졌지만, 이는 오히려 알짜 지역의 청약 경쟁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8·2 대책에서는 조정대상지역의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이 강화돼 청약통장 가입 2년 경과, 납입횟수 24회 이상이어야만 자격이 주어지게 됐다. 또한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전용 85㎡ 이하의 주택에 100% 청약가점제를 통한 분양을 실시하게 됐다. 이처럼 수요자들의 청약 기회가 더욱 귀해진 데다, 정부의 고분양가 통제로 인해 막대한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로또 분양’ 단지들까지 출현하며 수도권 청약시장의 인기는 그야말로 폭발했다. 이 같은 현상이 절정에 달했던 것은 지난달 하남시 주상복합아파트 ‘미사역 파라곤’의 청약 현장에서였다. ‘청약 광풍’이라고까지 불린 이 단지 청약에서는 809가구 분양에 8만4875명이 신청하여 104.9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청약 가점 84점 만점자까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