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최근 불거진 취약 신흥국 불안과 고용절벽 논란을 빚는 취업자수 축소 등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의 이유로 보인다. 다만 물가안정 목표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한은은 물가상승세가 점차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연내 금리인상의 끈을 놓지 않은 분위기다.
31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행 1.50%로 동결한 후 내놓은 통화정책방향 등 자료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국과의 교역여건과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주의깊게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 중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은 지난달엔 없던 문구다. 최근 터키 리라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불안이 확산하는 점을 연두에 둔 문구로 풀이된다.
고용상황과 관련해서는 전달 취업자수 증가폭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계속 부진한 모습’에서 이달 ‘크게 축소되는 등 더욱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계청은 7월 취업자 증가폭이 전년동월대비 5000명에 그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최근 부진한 소비자물가 지표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문구는 전달과 같았다.
국내경제 역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민간소비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경제는 지난 7월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하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7월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예상한 바 있다.
이밖에도 주택가격 관련 ‘수도권 일부지역에서 상승세가 확대되었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최근 당·정·청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등 최근 부동산값 급등을 조기진화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한은이 금리인상으로 힘을 보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