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배성기 ‘트럭 모는 CEO’

입력 2018-09-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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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道를 깨우치고 싶다면

사람 이야기는 픽션과 다른 독특한 재미가 있다. 특히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지면서 극한 부침을 겪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가 주는 감동과 교훈은 남다르다. 연 매출 100억 원대의 ‘국가대표 과일촌’의 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배성기 대표의 인생 역전 스토리를 담은 책이 나왔다. ‘트럭 모는 CEO’는 인생 부침사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는 ‘트럭장사 사관학교’ 이야기를 담았다.

트럭 장사 사관학교는 삶의 막다른 길에 도달한 이들에게 트럭 장사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그들의 오프라인 가게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학원이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치지만 트럭 장사 사관학교의 생존율은 20%에 불과하다. 80%의 재학생들이 하루, 삼일 그리고 세 달 안에 그만두고 말 정도로 어렵다.

CEO 이야기만 전문적으로 펴내는 출판사 OCEO의 전작인 맥도날드의 레이 크록, 돈키호테의 야스다 다카오(安田隆夫) 등의 저서에 비해 다소 몰입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추천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장사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용서의 강점 중 하나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현장 지혜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누군가를 설득하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체험 지식에 주목해야 한다.

저자는 “나는 과일이 도자기와 같다고 생각한다. 도자기 감정하는 법을 익히려면 글로만 배울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도자기 감정법과 마찬가지로 과일 감정법은 혀와 눈을 단련시키지 않고서는 익힐 수 없다. 의외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과일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글로 장사를 배우려 하면 몸만 고생할 뿐이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또 저자는 “장사는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일단 부딪쳐 봐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손사래를 치더라도 약간의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은 해 봐야 한다.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유난스러움이 다름을 만든다. 일단 좋은 과일을 살 수 있어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는데, 이때 구매 전담자에게 얼마나 유난스러움을 표현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유난스러운 사람에게 구매 담당자는 더 좋은 상품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의 입에서 “이렇게 자꾸 덤으로 더 주면 장사를 어떻게 하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돼야 단골 장사를 할 수 있다. “더 주는 장사가 곧 남는 장사”라는 것은 저자의 체험에서 나온 확신이다.

이뿐만 아니라 장사에서는 군중심리가 중요하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된다. 트럭 장사에서 지나가는 한 사람을 멈춰 세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트럭 장사는 바로 거기서부터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한 명으로 인해 다른 행인들이 몰려든다. 장사꾼은 뒤통수에도 귀를 달고 있어야 한다. 고객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다른 손님이 걸어오는 말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손님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개개인이 각자 대접받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 장사의 핵심이다.

트럭 사관학교에는 팀원이 반드시 지켜야 할 운영수칙이 있다. 먼저 의자를 갖다 버려라. 장사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트럭에서 한 걸음 벗어나기 전에 고객을 잡아야 되기 때문에 앉은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음 옷차림을 단정하게 해야 한다. 고가의 옷이나 금목걸이 등도 허용되지 않는다. 쓰레받기와 빗자루는 필수다. 청결 때문이다. 그리고 휴대전화 게임을 삭제하라. 게임 유혹 때문에 손님을 못 보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확성기를 꺼라. 목소리로 승부를 거는 것이 확성기 사용자와 확실한 차이를 낳는다. 장사의 도(道)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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