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대기업 갑질에도 중소기업들이 국내로 리턴 하는 이유

입력 2018-09-19 10:5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SP팀장

국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사회문제로 거론되어 왔다. 대기업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이른바 ‘갑질’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어 정치권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쉽지 않다.

여전히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기 방식으로 대하고 있고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하청업체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에도, 어찌된 일이지 해외나 특히 중국 등에 눈을 돌렸던 중소기업들이 다시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많은 법안과 규제들을 쏟아낸 탓일까. 대기업들이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가 보여 자정 노력을 한 탓일까. 국내 대기업에 다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하나같이 중국 기업들의 갑질에 비하면 국내 대기업의 행태는 갑질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기업들은 한두 달도 아닌 일 년이 넘도록 진행하던 사업을 하루아침에 계약을 파기하거나 예상 발주량을 깔아 놓고도 일방적으로 발주를 취소한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법원을 통해 소송이라도 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부품을 공급하다가 기술 유출을 당하기도 하고, 중국 부품사가 경쟁 부품을 만들면 하루아침에 거래가 끊기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예전 같지 않게 되면서는 결제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국 대기업만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해외 기업과의 거래는 항상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것이어서 어떤 중소기업이 특허를 침해당해 한 대형 IT기업에 소송을 하고자 본사가 있는 미국을 찾았다가 울분을 삭이며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본사가 있는 곳에 특허 관련 변호사가 200여 명이 있는데, 해당 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변호사가 200여 명에 달하더라는 것이다. 미국 대형 IT기업과 소송을 하고 싶어도 변호사를 찾지 못해 포기한 것이다. 결국 상당수 중소기업들은 같은 언어, 법률, 안정적인 발주 등 여러 이유를 들어 그래도 국내 대기업이 낫다며 리턴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탈중국 성향에는 최근 5G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통신 관련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이 싹쓸이하다시피하면서 보릿고개 아닌 보릿고개를 지내왔다. 그런데 미국, 호주에 이어 인도까지 중국산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나서 중국 기업들이 통신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최대 통신사 SKT도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했고, KT도 이에 동참할 분위기다.

삼성전자나 에릭슨, 노키아로 좁혀지고 있는데, 이들 기업과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공급하는 경우가 많다.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5G시장에서 화웨이가 배제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은 국내에서도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전쟁은 쐐기를 박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은 물론 중국 기업들조차 중국에서 탈출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산 제품인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상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는 미국 대통령발 무역전쟁을 피해 해외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런 상황을 국내 대기업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기업들은 그동안 경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팽배한 반기업 정서 때문에 힘들어했다. 그렇다면, 다시 조성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환경이 나쁘지 않을 것이다. ‘나 혼자만 잘살겠다’가 아니라 ‘상생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믿는다면, 바로 지금이 꼬여 있는 매듭을 풀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반기업 정서라는 꼬여 있는 매듭을 풀 수 있는 것은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금상추에 배추·무까지…식품업계, 널뛰는 가격에 불확실성 고조 [식탁 지배하는 이상기후]
  • 단독 한달 된 '실손24' 60만 명 가입…앱 청구 고작 0.3% 불과
  • 도쿄돔 대참사…대만, 일본 꺾고 '프리미어12' 우승
  • "결혼 두고 이견" 정우성ㆍ문가비 보도, 묘한 입장차
  • ‘특허증서’ 빼곡한 글로벌 1위 BYD 본사…자사 배터리로 ‘가격 경쟁력’ 확보
  • [식물 방통위] 정쟁 속 수년째 멈춤…여야 합의제 부처의 한계
  • 이재명 오늘 '위증교사' 선고...'고의성' 여부 따라 사법리스크 최고조
  • 성장률 적신호 속 '추경 해프닝'…건전재정 기조 흔들?
  • 오늘의 상승종목

  • 11.2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6,135,000
    • +0.12%
    • 이더리움
    • 4,675,000
    • -1.08%
    • 비트코인 캐시
    • 717,500
    • +0.84%
    • 리플
    • 1,993
    • -2.11%
    • 솔라나
    • 351,800
    • -0.82%
    • 에이다
    • 1,426
    • -3.52%
    • 이오스
    • 1,183
    • +11.29%
    • 트론
    • 291
    • -1.36%
    • 스텔라루멘
    • 753
    • +4.5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6,600
    • -0.36%
    • 체인링크
    • 25,000
    • +3.43%
    • 샌드박스
    • 1,058
    • +74.5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