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일본에도 환율 조항 도입 압박에 나섰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일부 기자들에게 일본과의 물품무역협정(Trade Agreement on Goods, TAG) 협상과 관련해 “앞으로의 무역 협상에서는 모든 나라와 환율 문제를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통화 약세 유도를 원천 봉쇄하는 환율 조항을 일본에도 도입하도록 요구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은 이달 초 극적으로 타결된 캐나다, 멕시코와의 새로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환율 조항을 포함, “환율 개입을 포함하는 경쟁적인 통화 절하를 자제한다”고 명기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해당 조항을 일본이나 유럽에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국도 지난 3월 미국과 환율 조항 도입에 합의했다. 당시 외신들은 수출 확대를 겨냥한 한국의 통화 약세 유도를 막고자 미국이 환율 조항을 도입하게 했다며, 다른 나라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해당 조항의 도입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 조항은 자국 기업의 수출에 유리하도록 정부가 환율 개입 등으로 통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일본 측은 TAG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한 9월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환율에 대해 논의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환율 조항이 도입되면 정부의 시장 개입 여지가 좁아져 일본 측은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의 관계자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발언의 진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일본이 받아들이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발끈했다.
전문가들은 통화 약세 경쟁 회피는 G20의 합의 사항으로, 여기에 참여하는 나라들이 준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환율 조항 도입은 얘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도입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통화 정책과 금융 정책에 간섭하는 구실을 주어 시장 혼란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므누신 장관은 “USMCA에서의 환율 조항이 일본과의 무역 협정에서 모델이 될 것”이라고 지적, USMCA와의 협의 사항을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도 들이댈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이번주 반기 환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교역촉진법에 따른 환율 조작국 지정 조건은 ◆연간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무역 흑자, ◆연간 GDP 대비 2% 이상의 달러화 순매수, ◆연간 GDP의 3%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등이다. 현재 관찰 대상국은 한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 중국 등이며,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