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이 늘면 고용률이 하락하고 취업자 증가가 둔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60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이 전체 고용률의 절반에 불과해서다. 그런데 최근 상황은 정반대다. 취업 활동이 가장 활발해야 할 30·40대에서 고용률이 하락하고, 60대 이상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 수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됐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270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만5000명 증가했다. 7·8월 1만 명에도 못 미치는 취업자 증가로 9월 감소 전환이 우려됐던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반등에 정부는 ‘소폭 개선’이란 평가를 내놓으며 반색했다.
하지만 취업자 증감을 연령대별로 보면 내용은 정부 설명과 다르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3만3000명 늘었는데, 전체 취업자는 4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60세 이상 인구가 새로 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되지 않았다면 취업자가 18만8000명 감소했을 상황이다. 60세 이상에서 실업자가 28.4% 늘기는 했지만, 절대적인 규모가 작아 전체 실업률 상승에 미친 효과는 0.1%포인트(P)도 안 된다.
오히려 30·40대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전반적인 고용률과 실업률이 악화하는 양상이다. 30대 경활인구는 6만3000명 줄었는데, 취업자는 이보다 많은 10만4000명 감소했다. 마찬가지로 40대는 경활인구가 9만1000명 줄 동안 취업자는 12만3000명 급감했다. 경활인구 감소분에 실업자도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30·40대에서 8만 명 내외의 기존 취업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는 의미다.
통계청 관계자는 “30대는 도소매, 40대는 도소매와 공공행정, 사업시설관리 등에서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며 “수치상으로는 경활인구 감소분보다 더 많은 취업자가 줄었으니 비경활인구가 유입됐다고 보긴 어렵고, 그만큼 취업자가 실업자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상용직 증가다. 9월 상용근로자는 경활인구 증가분(13만7000명)보다 많은 33만 명 늘었다. 비경활에서 실업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상용근로자가 되는 경우를 고려하더라도 20만 명 이상의 임시·일용직과 실업자, 자영업자 등이 상용직으로 전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도 그늘은 있다. 일자리 양극화다. 도소매, 사업시설관리는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전체 임시·일용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산업의 취업자가 줄었다면, 종전의 취업자들이 같은 종사상 지위로 수평 이동을 했다기보단 이보다 고용안정성이 높은 상용직이 되거나,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통계청 관계자는 “해석의 문제이긴 하지만 고용시장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며 “양적인 측면에서 임시·일용직이 줄어든 상황은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상용직이 줄고 임시·일용직이 늘어나는 경우보단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