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빈곤층 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전체 가구의 23.8%에 불과하지만, 부채 총액은 7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6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54호에 실린 ‘근로빈곤층 가계부채의 실태와 향후 대응 방안(노대명 선임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및 인구 중 빈곤가구는 22.6%, 빈곤층은 16.3%로 추정된다. 또 전체 근로연령 가구주 가구 중 빈곤가구는 13.2%, 빈곤인구는 11.0%로 추정된다.
근로빈곤층은 가구 여건과 취업 상태 측면에서 취약한 집단이라는 특성을 가진다. 근로빈곤층은 한부모 가구(20.7%) 및 월세가구(31.8%) 비율이 전체 평균의 두 배가량이고,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만으로 구성된 1인 이상 취업자 가구 비중도 41.9%나 된다.
이처럼 취약한 취업 상태와 낮은 소득은 부채 발생으로 이어진다. 근로빈곤가구의 평균 가처분소득(1100만 원)은 전체 가구(4628만 원) 대비 23.8%에 불과하지만, 근로빈곤 가구의 평균 부채 총액(5647만 원)은 전체 가구(7544만 원)의 74.9% 수준이다. 담보대출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나,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대출 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근로빈곤층은 낮은 신용에 따른 고금리 등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크다. 근로빈곤가구의 연간 지급이자 및 상환액은 1256만 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11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새로운 부채로 기존 부채를 갚는 악순환의 위험성을 말해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근로빈곤층 가계부채 문제는 조건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이론들은 항상소득 또는 생애주기별 소득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부채를 늘려 일정한 소비 수준을 유지하는 채무자의 합리적 선택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근로빈곤층 가계부채 문제는 뜻하지 않게 부채를 지게 되거나 의지적으로 부채를 감수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의지적으로 부채를 감수하게 되는 조건의 대표적인 예는 의료비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간주하기보다 외부 환경을 개선하고 추가적 부채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빈곤층 가계부채 문제를 금융정책 외에도 취업 및 창업 지원 정책, 그리고 사회보장제도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향으로 재구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패자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시장 경쟁에서 낙오되면 자신의 재도전에도 낙인이 찍힐 뿐 아니라 가족들의 삶마저 황폐화하는 상황에서 혁신이나 도전이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