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의 바로미터라는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업 카드사 연체액이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연체율 산정 기준 채권의 증가 추세보다 연체액 증가율이 두 배 가까이 높아 자칫 신용대란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업 카드사(KB·신한·삼성·하나·우리·현대·롯데)의 카드 연체액(1개월 이상) 총액은 1조30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 연체 총액 1조1775억 원에 비하면 약 1306억 원 늘어난 셈이다. 이는 대출규제에 금리인상 기류까지 겹치면서 풍선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통상 신용카드 연체율은 가계 경제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신용카드 일시불과 할부를 이용한 카드 결제금을 30일 이상 납부하지 못하게 되면 연체율은 오른다. 일반적으로 여타 대출금보다 카드 사용액 상환이 우선시되는 상황에서 카드 연체율은 가계의 경제적 상황을 즉각적으로 대변한다.
올 들어 카드 연체 총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가계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연체 총액은 1조1000억 원대를 유지했다. 올해를 제외하고 연체 총액이 가장 많았던 때는 2015년 9월 말로 1조1876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상황이 급변했다. 3월 말 연체 총액은 1조2645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70억 원(6.8%) 급증했다. 이후 상승세는 계속돼 6월 말까지 436억 원(3.4%)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카드 연체 총액이 반년 만에 10%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면 카드사 연체율 산정 대상이 되는 총 채권액은 지난해 말보다 약 5조808억 원(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카드 대출 사용량 증가세보다 연체율 증가세가 더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만큼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총액은 각각 26조61278억 원과 20조850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577억 원(2.8%)과 2조9878억 원(14.3%)씩 증가한 것으로 최근 3년 사이 상반기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앞으로 미국과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카드 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 카드사별 연체 총액 증감 분석 결과, 신한카드가 309억 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어 삼성카드 272억 원, 우리카드 257억 원, 현대카드 212억 원, KB카드 144억 원, 하나카드 73억 원, 롯데카드 36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신용이 낮은 계층이 이용하는 금융권의 연체율이 많이 늘고 있다”며 “이미 시중 대출 금리는 올라 있고, 이 부분이 반영돼 연체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소득이 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금리가 올라 이를 갚기 어려운 저소득·저신용층이 이용한 만큼 당분간 연체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