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용 기여도는 국제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인용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300인 이상 기업들이 자체 생산한 부가가치가 국내 총부가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OECD 가입국(250인 이상 기준, 그리스 제외) 평균인 55%와 비슷했다. 반면 고용 비중은 19%로 OECD 평균(4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우리와 부가가치 비중이 같은 미국과 비교하면 3분의 1 정도다. 또 대기업 기여가 높은 수출의 취업유발계수(최종수요 10억 원당 유발 취업자 수)는 8.1명으로 소비(15.2명)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필요 인력이 선진국 기업들보다 적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OECD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서다. 이를 고려하면 대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투입되는 인력의 상당수를 중소기업이 대신 고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생산공정이나 직군을 사내하청 또는 용역의 형태로 떼어내는 간접고용이 주된 형태로 지목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지나치게 효율성을 중시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외주화를 확대하다 보니 부가가치 대비 고용 비중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간접고용은 비정규직 3법(기간제법·파견법·노동위원회법)이 제·개정된 2007년 이후 급증했다는 분석이 많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계기로 급증한 비정규직을 보호하고자 만든 법이 고용 유연성을 지나치게 낮춰 대기업들이 직접고용을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기득권 노동조합도 문제로 지적된다. 간접고용 확대가 기업의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노사 합의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다.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에서 간접고용 확대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정규직 노조의 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게 그 근거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고착화한 저부가가치 산업구조가 꼽힌다. 초기 공업화는 기술이나 디자인 등을 배제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됐는데, 여전히 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세울 게 생산과 가격뿐이라면 경쟁력을 유지할 방법도 비용 절감밖에 없다”며 “다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당장은 인건비를 줄여 버틸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생존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