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상반기)에서 2.6%로 내렸다. 수치상으론 올해 전망치 낙폭(2.9%→2.7%)이 더 크지만, 체감 경기는 내년에 더 안 좋을 것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올해 성장률이 낮아지는 만큼 내년 성장률의 모수도 작아지기 때문이다.
KDI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의 배경으로 수출 성장세 둔화와 투자 부진 장기화를 꼽았다.
설비투자는 내년 소폭 증가로 전환하겠지만 올해 감소분을 보완하는 데 그치고, 건설투자는 부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수출도 내년부터 점차 성장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교역량 증가세 및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는 탓이다. 민간소비와 고용 상황도 단기적으론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KDI는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출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가 저성장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에 보고서의 상당 분량을 할애한 이유다.
KDI는 적극적인 구조개혁과 함께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조건의 경직성 등 경제의 비효율적 요소들을 제거해 인적자원을 원활하게 재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정적 측면에선 단기적 경기부양보다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인적자원의 재교육 등 구조개혁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KDI는 그나마 민간소비에 기대를 걸었다. 단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 가계소득 증대 정책이 가시적 성과를 거둬 소비심리가 개선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이를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이 자산가격 급락과 한계가구의 부채상환능력 저하로 이어지면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