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간다] "보물 찾았다!" 동묘구제시장 가보니…명품 '샤넬'부터 추억의 '미치코런던'까지

입력 2018-11-19 13:16 수정 2018-11-1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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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오후 동묘구제시장을 찾았다. 어린 학생부터 장년층까지 '옷 무덤'에서 보물을 찾고 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금요일 오후 동묘구제시장을 찾았다. 어린 학생부터 장년층까지 '옷 무덤'에서 보물을 찾고 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보물 찾았다!". 여기저기서 마스크를 낀 사람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가을을 벗고 겨울 준비가 한창인 17일, 동묘구제시장을 찾았다. 1호선 '동묘앞역'에 내리자, 동묘구제시장 가는 법을 묻는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3번 출구로 가시라"라고 알려드리고 나서 "뭘 사실 예정이냐"라고 묻자, 할머니는 "그럴싸한 겨울 패딩을 구매하러 왔다"고 답한 뒤 바쁜 걸음을 옮겼다.

3번 출구로 나서니 가판 행렬이 한눈에 들어왔다. 클렌징폼, 양말, 효자손 등 생필품부터 동묘 하면 연상되는 이른바 '옷 무덤'이 줄을 이었다.

옷 무덤 앞에 간이 의자를 두고 앉은 상인은 물건을 추천하거나 흥정하지 않았다. 그저 무심하게 손님들이 들어 올리는 옷에 "2000원", "3000원"이라고 짧게 값을 알려줄 뿐이다.

마스크를 쓴 학생 무리는 "보물 찾았다"라며 연신 마음에 드는 옷을 팔 안쪽에 쟁여 들었다. 치마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커플룩을 입은 연인들이 많았다. 그들 사이에 어르신들도 연신 '내 옷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취향이 다르다 보니 고르는 의상이 겹칠 일은 없었다. 빠른 눈과 부지런한 손을 겸비해야만 내가 찾는 '보물'을 찾을 수 있었다.

▲추억의 '미치코런던'부터 명품 '샤넬'까지. 발품과 흥정은 필수다. (유정선 기자 dwt84@)
▲추억의 '미치코런던'부터 명품 '샤넬'까지. 발품과 흥정은 필수다. (유정선 기자 dwt84@)

◇태그 안 땐 브랜드 옷도, 간간이 '버버리', '샤넬' 명품 득템

기자도 보물찾기 행렬에 동참했다. 오랜만에 아줌마 근성을 발휘해 옷 무덤의 아래부터 차근차근 파헤쳤다. 상인은 "왼쪽은 2000원, 가운데는 3000원, 오른쪽은 5000원"이라며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왜 가격이 다른 것이냐"고 묻자 "옷이 다르다. 옷 때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왕 사는 것 2000원 옷 무덤에서 보물을 찾을 냥으로 옷 무덤을 뒤졌다. 보푸라기가 난 니트, 손목이 늘어난 카라티는 패스다. 한참을 파헤쳤지만 2000원 라인에서는 좀처럼 취향에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옆의 5000원 라인에서는 간혹 "엇 괜찮은데"라는 물건이 발견되기도 했다.

2000원 라인의 옷 무덤을 20분간 뒤졌을까. 태그를 안 땐 마이클코어스 상의를 건질 수 있었다. '105 사이즈'의 남성 옷이었다. 좀 더 뒤지니 보푸라기가 일어나지 않은 브라운 계열의 카디건도 득템할 수 있었다.

골목으로 들어가 보니 옷 무덤보다 한 레벨(?) 정도 높게 보이는 작은 가게에 버버리, 샤넬, 구찌 등의 명품 브랜드가 진열돼 있었다.

주인은 "우리는 제품을 떼오는 창고가 있다"라며 "해외에서도 가져오고 국내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프라다 가방이 얼마냐고 묻자 "3만 원"이라고 했다. 가격을 흥정하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2만3000원, 그 이하는 안 돼"라는 답이 돌아왔다. 옷 무덤보다는 가격대(?)가 있어서 그럴까? 비교적 인심이 후했다. 2만 원대에 명품을 '득템'했지만, 그것이 진품인지 짝퉁인지 알 길은 없다.

▲잘 만 고르면 '그럴싸한' 제품을 4000원에 득템할 수 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잘 만 고르면 '그럴싸한' 제품을 4000원에 득템할 수 있다. (유정선 기자 dwt84@)

◇토요일 오후가 가장 '보물 많아'…발품은 필수!

"이제 더 못 찾겠다"는 푸념에 한 상인은 "토요일 오후에 다시 오라"고 귀띔했다. 동묘구제시장도 소위 괜찮은 물건이 들어오는 시간이 있다는 것.

다른 가게로 이동하니 그곳에서는 커플들이 열심히 옷을 찾고 있었다. 여자친구 손에는 2000~3000원짜리 옷이 몇 개 들려있었고, 나란히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왕십리의 한 대학교 CC라고 소개한 이들은 "자주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 데이트 겸 온다"라며 "학생이다 보니 싼 가격에 멋진 구제의상을 입을 수 있어 여기에 오게 된다. 서로 옷을 골라주다 보면 본의 아니게 커플룩도 맞추게 된다"라며 웃었다.

수능이 끝난 딸과 함께 동묘 나들이에 나섰다는 48세 양주헌 씨는 "아이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 해서 왔다"라며 "TV에서 보면 연예인도 자주 오더라. 재밌는 물건들이 많은 것 같다"라고 말하며 흡족해했다.

▲엔틱한 분위기의 유선 전화기부터 추가 떨어진 압력 밥솥까지. 동묘구제시장에서는 추억과 새로움이 공존한다. (유정선 기자 dwt84@)
▲엔틱한 분위기의 유선 전화기부터 추가 떨어진 압력 밥솥까지. 동묘구제시장에서는 추억과 새로움이 공존한다. (유정선 기자 dwt84@)

◇1020 감성 채우는 '뉴트로'부터…5060 향수 자극하는 '복고 놀이터'까지

동묘구제시장의 묘미는 10대부터 60~70대까지 세대를 뛰어넘어 모두가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1020에게 아날로그 감성을 채워주는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가 인기를 끌면서 동묘구제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인기 뒤에는 인기 연예인들의 힘도 컸다.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지드래곤과 정형돈이 이곳을 찾은 모습이 방영되면서, 소위 말하는 '패피(패션 피플)'들의 성지가 된 것이다.

여기에 기존 고객층인 5060을 타깃으로 한 각종 서적, 유물 등까지 전시되면서 동묘구제시장은 단순한 시장의 개념을 넘어 세대 간 추억을 공유하고, 옛것에 대한 공감을 끌어내는 곳으로 부상했다.

7년째 이곳에서 옷과 가방을 팔고 있다는 스리랑카 출신의 상인은 '고객층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느냐'라는 질문에 천연덕스럽게 "그런 것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오빠 다 온다"라고 또박또박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격이 싸다고 섣부르게 '지름신'이 강림하면 안 된다. 검은 비닐봉지는 이곳에서 쇼핑했다는 '상징'이다. (유정선 기자 dwt84@)
▲가격이 싸다고 섣부르게 '지름신'이 강림하면 안 된다. 검은 비닐봉지는 이곳에서 쇼핑했다는 '상징'이다. (유정선 기자 dwt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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