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성과 결혼하는 한국 여성이 증가하는 걸 단순한 ‘열풍’으로 볼 수 있을까.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여성(귀화자 포함)과 외국 남성의 혼인 중 33.0%는 남편이 중국인이었다. 외국인 남편 중 중국인 비율은 2015년 29.3%에서 2016년 32.9%, 지난해 33.0%로 늘었다.
2005년 이후 전체 다문화 혼인 건수는 감소세다. 브로커를 통한 매매혼 논란으로 우리나라에 어린 신부를 ‘공급’하던 국가들이 규제를 강화해서다. 우리 정부도 이 시기부터 결혼이민자의 비자 발급 기준을 강화하는 등 국제결혼 건전화 정책을 폈다. 한국 여성과 중국 남성의 혼인 비율은 2011년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숫자로만 보면 한국 여성과 중국 남성의 혼인이 국내 다문화 혼인에서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먼저, 지난해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이혼에서 53.6%는 남편이 중국인(출신국 기준, 귀화자도 포함)이었다. 이런 상황은 아내가 중국인인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 중 31.3%는 아내가 중국인이었는데,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이혼 중 아내가 중국인인 비율은 49.3%였다.
혼인 중 배우자가 중국인인 비율에 비해 이혼 중 배우자가 중국인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배경은 혼인·이혼 유형별 통계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전체 다문화 혼인에서 귀화자(부부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귀화자인 경우) 비율은 15.4%였는데, 다문화 이혼 중 귀화자 비율은 34.4%에 달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당시에는 귀화자가 아니었던 외국인이 결혼 후 국적 취득으로 귀화자로 바뀌면서 이혼 중 귀화자 비율이 확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이혼 중 배우자가 중국인인 비율(남편 53.6%)을 고려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후 이혼한 외국인의 상당수는 중국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문화 혼인에서 중국인 남편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인이 배우자인 경우에서 한국 국적 취득 후 이혼율이 높은 배경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남편이 중국인인 경우에 유독 귀화 후 부부관계가 안 좋아지거나, 귀화를 목적으로 한 위장·사기 결혼이 횡행하고 있거나다. 보다 현실성이 높은 쪽은 후자다. 통계청 관계자는 “확언할 순 없지만, 외국인 남편에서 중국인 남편 비율이 느는 데 (귀화 목적의 혼인이 늘었을) 그런 이유도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해 전체 다문화 혼인 중 10.9%(2323건)는 귀화자와 외국인 간, 또는 귀화자와 귀화자 간 결혼이었다. 이 비율은 2015년 9.8%(2194건)에서 2016년 10.2%(2155건), 지난해 10.9%로 증가 추세다. 여기에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가 이혼 후 본국의 외국인과 재혼한 경우도 포함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중국인 남편과 혼인한 한국 여성의 상당수가 출신기준으로 한국 여성이 아닌 중국 출신의 귀화 여성일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