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의 짧은 공사 기간이 안전사고를 유발하기 때문에 적정 공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6일 ‘공공공사 공기의 적정성 확보를 위한 공기 산정 기준의 방향과 요인’ 보고서를 통해 적정 공기의 필요성과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해 공공공사 공기 산정 기준의 방향을 제시했다.
건산연이 올해 7월 67개 건설사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공공공사 수행 시 공사 기간 부족을 경험한 기업은 36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필요 정보를 제공한 32개 기업의 사업을 분석한 결과, 공사 기간 부족으로 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공사비 및 간접비 증가(전체 32개 기업 중 26개, 복수응답)가 차지했다. 이어 협력업체와의 갈등 발생(11개)이 2위. 안전사고 발생(6개)이 3위로 나타났다.
공공공사의 공기 부족 발생 주요 원인의 순위를 묻는 항목에서는 ‘착수 시기와 무관한 정책성 사업의 고정된 준공 기한’이 1위로 평가됐다. 이어 ’예산 확보 등 정책적 요인에 따른 사업 발주 지연‘, ’체계적이지 못한 발주기관의 공기 산정 방식‘이 각각 2위와 3위로 조사됐다.
발주자의 비체계적 공기 산정을 지적한 건설사들도 입찰 당시 사업의 공사 기간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자세히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의 19개 기업은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라고 응답했으며 ‘보통’이라고 평가한 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46개 기업이 ‘전혀 검토하지 않거나 간헐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다.
입찰 당시 공기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경우 조치에 대해서는 공사 기간보다는 공사비의 적정성을 확인한 후 해당 사업의 입찰 여부를 결정한다는 기업이 조사 대상기업의 40.3%(27개)에 달했다.
손태홍 건산연 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기업이 입찰시 공고된 공사 기간의 적절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거나, 공기 부족이 예상되더라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경영활동의 유지를 위한 사업 수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경우 계약공기의 적정성을 계획 단계부터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나라에서는 발주 시 공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공기 산정 때 포함하도록 서면으로 규정한다.
국내 일부 발주기관도 공사 기간 산정과 관련한 규정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활용이 미흡하고 지침의 구체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태홍 연구위원은 “국내 공공사업의 공사 기간 적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영향 요인을 포함한 공기 산정 기준 구축 등 절차적 보완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는 계량모델을 통한 공사 기간 제공에 중점을 두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부족한 공기는 건설품질 하락, 안전사고 증가, 기업의 이익 하락 등 산업 차원의 피해를 유발하게 되므로 ‘제값과 필요한 시간을 제공하고 제대로 시공하는’ 건설문화 정착을 위한 산업 참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