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ㆍICT만 웃는 불균형 지속…가계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않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눈앞에 뒀지만, 서민과 중소기업 등 사회 전반의 체감 경기는 싸늘하다. 경제 성장 기여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의 수출에 집중된 탓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GDP 증가율은 한은 전망치(2.7%)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가율은 둔화세지만, 1인당 국민소득(GNI)은 3만 달러 돌파가 확실시된다. 올해 1~3분기 평균 환율과 인구 증가율이 4분기에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243달러가 된다. 이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2006년(2만795달러) 이후 12년 만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을 체감하는 주체는 소수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크다.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전 분기 대비)는 3분기 -1.3%포인트(P)로, 2011년 3분기(-2.7%P)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7%P였다. 이런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내수 기여도는 1분기 1.2%P에서 2분기 -0.7%P가 됐고 3분기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산업별 온도차도 크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생산 증가율은 올해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비ICT 산업의 생산 증가율은 0~2%대에 그쳤다. 특히 올해 3분기 ICT 산업 증가율이 11.3%로 2011년 3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비ICT 산업 증가율은 2009년 2분기(-1.2%) 이후 최소인 0.7%에 머물렀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만 웃었다. 2분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1년 전보다 0.4%P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7.3%로 0.1%P 하락했다. 무엇보다 기업의 성장이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2016년 4분기부터 8 분기째 감소세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다. 실질 처분가능소득 감소는 저소득층인 1~2분위 가구에서 두드러진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론 성장을 계속하고 있지만 노동소득 분배나 원·하청 문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구조적 문제가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외형을 더 키울 것이냐, 분배부터 할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외형을 더 키우기엔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 취약하고, 분배부터 하기엔 구조적 문제가 많다”며 “어떤 방향을 택하든 지금의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