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한 달 사이 그룹 부회장 5명에 대해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노무분야에서 정몽구 회장의 오른팔이었던 윤여철<사진> 부회장은 자리를 지켰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을 포함한 갖가지 노조 관련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당장 그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분석이다.
부회장단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쇄신 인사는 지난 11월 18일 설영흥 전 부회장부터 시작했다. 현대정공(현 모비스) 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정 회장을 보필한 그는 초기 중국사업을 총괄했던 주인공이다. 이른바 ‘관시’를 중시하는 중국 사업에서 그의 입지는 철옹성 같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12일 부회장단 쇄신인사는 전략기획담당과 연구개발본부, 계열사 등으로 확대됐다.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한 달 사이 8명에서 6명으로 줄어든 것. 그룹의 중심에서 계열사 등으로 자리를 옮긴 이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회장은 4명이 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부회장(승진) △윤여철 노무총괄 부회장 등이다.
그룹 내에서 윤 부회장 유임과 관련해 “노무와 관련해서는 그를 대체할 인물이 사실상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물론 정몽구 회장조차 노사문제는 늘 ‘아킬레스건’이었다. 총수 일가가 사실상 ‘노조 기피증’을 겪어온 만큼, 이를 대신할 인물로 윤 부회장이 유일하다는 이야기다.
기아차에서 시작한 통상임금문제를 비롯해 노조의 반대로 발목이 잡힌 ‘광주형 일자리 공장’ 등 노조 관련 현안도 윤 부회장의 몫이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전략도 그가 유임할 수 있었던 이유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부회장은 최근까지도 정몽구 회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주요 인물이었다. 보고와 함께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까지 준비하는 등 이른바 ‘보고의 달인’이다. 경영전략 결정에 있어서 정몽구 회장의 신임이 여전히 두터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대적인 쇄신인사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적어도 노무 분야는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며 “노무 분야에서는 파격 인사를 통해 조직을 흔들기보다 당분간 경륜과 능력이 검증된 전문 경영인들을 앞세워 주요 현안을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