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육해공 방산 패키지 큰 도움
국가적 차세대 핵심사업에 집중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1일 전격적인 지분 증여 결정은 앞서 발표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와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승계와 연관됐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의 유증 제동과 주요 기관들까지 유증 관련 문제를 제기하자 김 회장이 정공법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한화 관계자는 “정상적, 필수적 사업 활동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과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승계와 연관되지 않도록 차단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3월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 원 규모의 유증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급락하고 투자자가 반발하는 등 시장에 파장을 낳았다. 결국 금융당국이 유증 정정신고서를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 1조37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달 13일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하는 데 대부분을 사용한 이후 돌연 투자자금 명목으로 유증을 단행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대주주인 한화가 9800억 원을 출자해 유증에 배정물량 100% 참여하기로 한 것까지 경영권 승계 일환이라는 억측과 추측이 난무했다. 한화오션은 조선 및 방산 분야에서 중요한 계열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해 그룹 내에서 방산 지배력을 확대하면 김동관 부회장의 영향력은 더 커지게 된다. 회사는 유럽 방산 블록화, 선진국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생존전략의 일부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의 논란은 갈수록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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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지난달 25일 정기 주주총회에 “차입을 통한 투자 계획을 고민해봤지만 이는 회사 부채 비율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문제가 있었다. 단기간에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 재무구조가 악화되는데, 그럼 경쟁 입찰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에 유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의구심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일반주주에게 큰 피해를 끼쳤다면서 김동관 부회장에게 유증의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이자 한화에너지 지배주주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에서 유증 발표 이후 시가총액이 28일 기준 4조2000억 원이 증발했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 지분 증여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증을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오션은 군함과 잠수함을 만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우주 사업을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는 두 회사를 통한 글로벌 육해공 방산 패키지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럽 방산 블록화, 경쟁 방산업체들의 견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생존전략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이번 지분 증여로 승계 관련 논란을 해소하고 방산, 조선해양, 우주항공 등 국가적 차세대 핵심사업에 집중해 기업가치 제고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