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12일 21차 정규직 전환 협의기구 회의를 열고 전환방식을 의결했다. 이 결과가 자회사 설립으로 움직이면, 다음 공은 승인 권한이 있는 금융위원회로 넘어간다.
다만 산은 정규직협의기구 용역노동자 대표단(이하 용역대표단)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용역대표단은 ‘협의기구’ 구성이 사측 위주로 꾸려져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회의기구는 총 18명으로 사측 6명, 전문가 5명, 노측 7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노측 대표 7명 중 2명은 산은 정규직 근무자, 1명은 파견업체 관계자로 사실상 4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탓에 용역대표단은 협의 과정은 물론 내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이동걸 회장에게 면담도 요청했다. 하지만 산은 관계자는 “20차례 논의를 거쳤고, 노측이 주장하는 것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다”며 절차 과정의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기업은행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은은 7월 이사회에서 자회사 설립안을 의결하고 당국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노동자의 반발을 사면서 연내 설립이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책은행이 설립한 자회사를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문제가 없다. 다만 법적인 하자가 없을 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업무를 지시하는 주체와 고용 주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원청이 출자해서 만들어진 자회사는 직원을 고용해서 월급을 지급한다. 하지만 실제로 업무를 지시하는 곳은 원청이다. 따라서 원청과 하청 구조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노동자의 말을 빌리면 “무늬만 바뀌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매번 이런 구조가 ‘불법 파견’ 문제를 우회적으로 덮는 것이라 비판한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정부의 큰 틀에서도 사실상 빗겨 있다. 하지만 자금 등 실질적으로 직고용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로서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변하지만 실질적 처우 개선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노총 이상혁 노무사는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를 직고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자회사를 통한 우회고용이 되는 것”이라며 “지금은 문제가 보이지 않지만, 앞으로 처우 문제가 반복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