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편 방안은 크게 네 가지다. 현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방안(1안), 현 제도를 유지하되 기초연금을 40만 원까지 인상해 소득대체율을 보전하는 방안(2안), 소득대체율을 45%로 높이고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는 방안(3안),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고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4안) 등이다.
모두 2088년까지 적립배율 1배(1년치 지급분 적립) 달성이 불가능하다. 1·2안은 2057년, 3안은 2063년, 4안은 2062년 적립금이 고갈된다. 초안에 포함됐던 ‘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 안은 이번 최종안에서 빠졌다. 대신 선호도가 높은 1안과 재정 부담이 따르는 2안이 추가됐다. 3·4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함께 올라 재정건전성 측면에선 효과가 적다.
이에 따라 30년간 미뤄져온 재정 건전성 확보는 또다시 다음 정권으로 떠넘겨졌다. 국회가 정부안보다 보험료를 높게 올릴 가능성은 희박해서다. 가장 최근 연금제도가 개편된 2008년에도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과 소득대체율 하향을 동시에 추진했지만, 국회는 소득대체율만 낮췄다. 국민 반발을 우려해서였다. 반면 같은 해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은 입법 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대폭 확대됐다. 노인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였다.
이런 전례를 고려하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하려면 정부안은 그보다 보수적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안은 전반적으로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개편안을 복수로 내놓은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적 요구가 다양하다’는 핑계로 모든 책임을 국회에 떠넘겨서다. 김남희 참여연대 조세복지팀장은 “재정 마련 방안에 대해서 정부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복지부라는 부처 차원에선 소득도 있다. 제도 개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청와대와 대통령에 떠넘겼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연금전문가는 “초안의 ‘보험료율 15%’는 8월 제도발전위원회가 발표한 자문안 중 ‘나안(보험료율 13.5%, 소득대체율 하향)’보다도 가혹하다”며 “의도적으로 퇴짜를 당하기 위해 그런 초안을 마련했던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편 결과 재정건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건 초안을 거부한 대통령 책임이고, 보험료율이 큰 폭으로 오른다면 국회의 책임이 된다”며 “어떤 방향이든 복지부는 책임을 피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