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여성의 의사결정권 개선을 공언했지만, 우리 사회의 '유리천장'은 너무나도 견고하다. 주요 대기업의 연말 정기인사에서 증권사 첫 여성 CEO가 탄생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도 눈길을 끌지만, 30대 그룹 산하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3%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중 지난해 말과 올 연초 사이에 임원인사를 단행한 19개그룹 240개 계열사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1968명의 임원 승진자 가운데 여성이 65명(3.3%)을 차지했다.
여성 임원 비율은 올해 처음 3% 벽을 뚫었다. 2014년 1.4%, 2015년 2.3%, 2016년 2.2%, 2017년 2.3%를 기록했다.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이 1명이라도 포함된 기업의 비율은 2014년 9.4%에서 올해 16.2%로 늘었다.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 현황을 살펴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 조사대상 기업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현황을 보면 2017년 기준 임원 중 여성은 454명으로 전체의 3%에 불과했다.
최근 4년간 통계를 보면 2014년 2.3%, 2015년 2.4%, 2016년 2.7%, 2017년 3.0% 등 증가 추세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여성임원 비율 평균인 21.8%에 비하면 현격하게 낮은 수치다.
500개 기업 중 여성 임원이 한명도 없는 기업은 328개로 65.6%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OECD 다른 국가와 비교해 유리천장이 아직도 매우 견고하다"며 "다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수한 여성인력을 활용해 유리천장을 해소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가부는 공공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을 2018년부터 수립·시행하며 선도적으로 유리천장을 해소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또 기업과 협약을 체결해 여성 고위관리직 목표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2019년 업무보고에서 발표했다.
아울러 경력단계별 역량강화 교육인 여성인재 아카데미에 고위관리자 및 중간관리자 교육과정을 확대 개편해 장기적으로 고위직 여성후보군을 확대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진선미 장관은 "기업의 여성대표성 실태조사를 기반으로 여성임원 확대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하고 기업경영진과 국민들의 인식개선과 민간부문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