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우리를 관통한 키워드①] 1코노미ㆍ언택트마케팅ㆍ뉴트로ㆍ가심비ㆍ인플루언서

입력 2018-12-28 15:22 수정 2019-01-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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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끌벅적했던 한해였다. 대외적으로는 역사적인 남북해빙 무드가 본격 진전되는 한편, 사회적으로는 성별 갈등이 급격하게 표출됐던 시기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바라며, 일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고, 여럿보다는 혼자하는 것을 선호하는 '마음속의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컷던 한해이기도 했다.

올 한해 우리의 마음을 관통한 키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본지가 선정한 10개의 키워드를 소개한다.


◇1코노미(혼노족ㆍ혼밥족) - “거야 거야 할 거야~ 혼자서도 잘 살 거야~♪♩”

MBC ‘나 혼자 산다’의 인기 비결이 뭘까? 아마도 공감대 형성 아니겠어?

나도 혼자 살고, 내 이웃도 혼자 살고, 방송에서 연예인들도 혼자 사는 모습이 그려지다 보니 혼자 살아도 어떻게 재밌게 살지를 보면서 공감하는 거겠지.

실제로 ‘나 혼자 산다’를 한 번 봐. 연예인들이라고 뭐 특별한 게 얼마나 있을까. 뭐 집이 더 큰 정도? 그런 연예인들의 홀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투영하는 거야.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지. 1인 가구를 위해 기업들도 다양한 마케팅을 하고 있잖아.

우선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1인 가구를 위해 소포장 된 각종 채소, 과일, 포장 음식 등을 살펴봐. 또 길거리에는 혼자 노래 부르러 노래방을 가는 ‘혼노족’을 위해 마련된 코인 노래방을 흔히 볼 수 있잖아.

우리 동네에는 혼밥(혼자 밥 먹기)족을 위한 지정 좌석도 있는걸. 고깃집에서도 혼자 고기를 편하게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좌석을 만들어 놓은 걸 보면 혼자 하는 활동이 트렌드이긴 한가 봐.

이런 걸 우리는 ‘1인’과 ‘이코노미’(Economy)를 합쳐서 ‘1코노미’라고 부르지.

올 한해 ‘1코노미’가 뜨거운 반응이었는데, 내년엔 혼자 하는 것만 즐기지 말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찾아보면 어떨까.


◇언택트 마케팅(Untact marketing) - 제가 고를 수 있어요. 진짜로요

‘제발, 따라오지 마세요. 필요하면 부를게요.’

화장품이나 옷을 사러 갔을 때 마음속으로 수십 번 외치는 말이야. 가게 점원이 세상 상냥한 목소리로 “손님, 어떤 제품 찾으시나요?”를 물어오면 이상하게 부담스러운 것 맞지? 나한테 이렇게 친절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서 감사하지만,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제품을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니깐.

뭐 얼마나 대단한 안목으로 상품을 고르냐고 물어본다면, 그렇지도 않아. 결국, 계산대에 올려놓는 제품은 ‘이 달의 베스트’ 스티커가 붙어있는 뻔한 상품이니깐.

상품 선택부터 구매까지 오로지 혼자서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언택트마케팅’이야. 사람과의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거부(un)'의 단어가 붙어, 접촉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필요한 정보만 제공 받는 것을 뜻하지.

대표적인 것이 패스트푸드점에 도입된 키오스크 기계라고 할 수 있어. 키오스크는 자동주문 기계의 또 다른 말로, 내 취향에 대해 남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 감자튀김만 다섯 봉지를 사고 싶은 감튀 덕후도, 치즈스틱만 삼십 개 먹고 싶은 치즈 덕후도 당당하게 키오스크로 결제한 뒤, 갈색 종이봉투로 잘 포장된 상품을 픽업대에서 가져오기만 하면 되니깐.

‘혼자가 편하다’는 사람이 늘면서 언택트마케팅은 생활 반경 대부분에 도입되고 있어. 무인택배, 무인호텔은 물론 무인상점까지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소통 없는 구매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통화하는 것보다 모바일 메신저가 더 편해진 세상. 언택트마케팅은 그런 세상에 제대로 적응한 ‘취향저격’ 마케팅의 산물 아닐까.


◇뉴트로(New-tro) - '옛 것'으로 '힙'해져 볼까…근데 뭐이리 비싸?

한정판 LP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몇십만 원에 거래된다. 사람들은 개화기풍 원피스를 입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다. 화질 낮은 필름카메라를 들고 유럽여행을 떠나고,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대신 다방에서 계란 동동 쌍화차를 마신다. 색이 바랜 플로피디스크와 카세트테이프 득템 인증샷은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하트를 받는다.

촌스러울수록 ‘힙’해지는, 아재들은 어리둥절한 시대가 도래했어. 바야흐로 ‘뉴트로’의 시대지. 새로움을 뜻하는 ‘뉴(new)’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를 합친 말이야. 옛것이 가장 세련된 콘셉트가 되는 신기한 현상이랄까.

단, 복고를 즐기는 방식은 철저히 ‘현대의 룰’을 따라. 배바지와 야구점퍼를 입고 복고감성 사진을 찍지만, 사진 파일은 모바일 메신저로 업로드해야 하지 않겠어?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는 30년 전에 출시한 '슈퍼패미콤 미니'를 재출시했는데, 디자인만 그대로일 뿐 충전은 USB로, 출력은 HDMI로 한다니깐.

왜 젊은 사람들은 옛것에 열광할까? 전문가들은 과거가 주는 향수와 거기서 느끼는 위안 때문이래. 학자금 대출로 대학교 졸업장까지 받았지만 취업은 안 되고, 결혼은 더 힘들어지는 팍팍한 삶 때문에 과거를 동경한다는 것이지.

물론, 가보지 않은 과거에 대한 환상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행은 돌고 돈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 때문이 아닐까. 또 과거는 항상 미화된다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이유!


◇가심비(플라시보 소비) - 찌질하게 가성비 따지면 아싸되는 것 알죠?

양말 한 켤레에 10만 원. 발목에는 베트멍이라는 브랜드 이름이 있고, 발등에는 ‘RIGHT’과 ‘LEFT’가 적힌 것이 전부. 그럼에도 SNS에는 ‘지드래곤 양말’로 불리며 인증샷 퍼레이드가 펼쳐져. 엄마가 알면 등짝 스매싱 각이지만, 내 마음에 들면 장땡인 것. 다소 비싸고 품질도 별로지만, 나만 만족하면 되는 ‘가심비’ 소비가 바로 지금의 트렌드지.

양말뿐이 아냐. 30만 원에 달하는 발뮤다 토스터는 3만 원짜리 샤오미 토스터랑 비교당하면서, 주변 사람들한테 황금을 구워 먹냐는 핀잔까지 받는다니깐. 30㎖ 용량에 5만 원을 줘야 하는 블랑쉬 핸드크림은 3000원짜리 니베아 핸드크림과 비교당해. 바른 뒤 손 절대 씻지 말라는 충고는 덤이지.

남들이 보기엔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내게는 그 이상의 가치를 주는 제품들이야. 아침에 구워 먹는 토스트 한 조각이 그날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는 사람, 손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의 개취(개인의 취향) 소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으니깐.

가격과 성능에 초점을 두던 ‘가성비’ 대신 심리적 만족을 우선시하는 ‘가심비’의 유행. 한편으로는 자아실현이나 사람들과의 소통이 아니라, 소비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어야 하는 현대인들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인스타그램에는 #가심비 해시태그를 걸고 수많은 제품이 올라와. 화장품, 샴페인, 옷, 게임기 등 제품군은 다양하고 가격들은 천차만별. 곧 다가올 새해에는 가심비 제품들보다, ‘심(心)’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더 많아지면 어떨까.


◇인플루언서(Influencer) - 소비를 이끄는 빅마우스는 바로 나라고!

“미국의 일곱 살 소년 라이언이 유튜브로 1년간 2200만 달러(약 244억 원)를 벌어들였대. 두 살의 쌍둥이 자매 테이텀과 오클리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수천만 원을 받았다더군.”

도대체 어린 나이에 이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이유가 뭐야?

이들이 바로 인플루언서(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이기 때문이지.

라이언은 장난감 리뷰 채널인 ‘라이언 토이스리뷰’ 채널을 운영하는데, 26일 현재 이 채널 구독자는 1750만 명, 조회 수는 약 260억 회에 달하더군.

라이언은 다양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게재하는 영상이 100만 뷰는 훌쩍 넘겨버리니, 광고 수입이 대부분을 차지하더라고. 내가 결혼해서 아이만 낳았더라도 함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유튜브 방송을 할 텐데 말야.

테이텀과 오클리는 사업의 실패로 빈털터리가 된 부모님에게 떼돈을 안긴 효녀들이지. 두 자매는 인스타그램에 상품 사진 한 장을 올리는 데 1만5000~2만 달러(약 1700만~2200만 원)를 받고, 각종 TV 드라마, 광고까지 찍으며 인기를 얻는다고 해.

두 자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20만 명에 달하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도 270만 명에 달하더라고. 유튜브에는 두 자매의 각종 일상이 올라와 있는데 보기만 해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

국내에서도 대도서관, 도티, 헤이지니, 밴쯔 등 유명 유튜버들이 지상파로 영역을 확장하며 기업들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눈을 돌리고 있어. 과연 이들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 한 번 예측해 보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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