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정부를 질책하는 일이 잦아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여론을 반영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불응 과태료 논란과 지난해 11월 국민연금 개편안 재검토 지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6일 언론 보도로 촉발된 가계동향조사 불응 과태료 논란과 관련해선 ‘단순 불응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통계청의 해명이 있었으나, 문 대통령은 다음 날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 조치”라고 질타했다. 통계청에 대한 청와대의 사실관계 확인은 없었다고 한다. 국민연금 개편안 마련 작업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에도 문 대통령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개편안 재검토를 지시했고,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두 부처에서 뚜렷하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애초에 통계청은 조사 불응에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 없었고, 복지부는 개편안을 복수로 마련할 방침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지시 이행을 위한 실무선의 협의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공개 비판은 ‘대통령이 여론을 중시한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데 그쳤다. 문 대통령의 행보를 놓고 쇼맨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계동향조사 논란도 그렇고, 국민연금 논란도 그렇고,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나서야 할 일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신재민 사태와 김태우 사태 등 중대한 문제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면서 국무총리가 내부적으로 이야기해도 될 사안들에 대해서만 여론을 떠보듯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색내기 쉬운 사안들에 대해서만 대통령이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면, 대통령이 하는 모든 말과 지시가 ‘보여주기용’으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정말 잘못했을 때 대통령의 한마디가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효과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대통령의 말이 가볍게 여겨질 수 있다”며 “이번 통계청 논란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