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얼큰한 코다리 요리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들어 코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부쩍 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코다리’라는 말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명태요리라 하면 으레 막 잡아 올린 싱싱한 명태를 끓인 생태탕이나 한 번 냉동 과정을 거친 명태를 끓인 동태탕 등이 주를 이루었지, 코다리라는 말은 있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생태나 동태라는 말보다 오히려 코다리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다.
코다리란 생태의 내장을 모두 제거하고 코를 꿰어서 달아매어 꾸들꾸들하게 말린 것을 말한다. 이런 식으로 ‘반건조 명태’ 상품을 개발한 동해안 지역 주민들이 ‘코를 꿰어 달아매었다’는 뜻에서 코다리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전국적으로 퍼져 국어의 한 단어로 정착하게 되었다고 한다. 말은 코다리라고 하지만 실은 입을 꿰었다. 예전에는 생선을 코나 입을 꿰어 매달지 않고 새끼줄로 엮어서 매달아 건조하였다. 이것을 ‘엮었다’는 의미에서 ‘엮걸이’라고 하였다. 대개 스무 마리를 한 단위로 엮었는데 스무 마리 한 묶음을 ‘한 두름’이라고 하였다. 특히 조기를 그렇게 엮어서 상품으로 유통했기 때문에 나중에 엮걸이는 ‘묶음조기’의 대명사로 통용되기도 했다.
쇠테에 철사로 그물 뜨듯이 만들어 고기나 생선을 굽는 데에 사용하는 주방용구인 석쇠에 꾸들꾸들하게 반건조된 엮걸이 조기를 구우면 그보다 더 좋은 밥반찬은 없었다. 명태는 본래부터 엮걸이보다는 바싹 말려 열 마리씩 꿰미를 지어 팔았다. 조기든 명태든 우리나라 생선을 대표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조기도 어획량이 줄고 명태는 아예 잡히는 게 없어서 대부분 러시아에서 수입한다고 한다. 수입한 걸로 꿴 코다리 말고 국내산 코다리는 이제 영영 맛볼 수 없게 된 것일까? 생태탕은 아예 사라진 음식이 되고 말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