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16일 한진 일가를 대상으로 주주권 행사에 나서면서 다음 타깃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기업 중 기업가치가 훼손되거나 주주가치가 하락한 기업,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기업으로 스튜어드십코드의 '칼끝'이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17일 한국거래소 감시통합포털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 중이라고 공시한 기업은 297개이다. 이 중 1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한솔케미칼(13.88%)과 신세계(13.62%), 대림산업(13.54%), 현대미포조선(13.53%) 등 81개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행사 대상으로 현대차와 네이버, 대림산업, SK하이닉스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특히 수익성이 부진한 KT가 다음 타깃으로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다. 한진과 같이 지배구조 잡음이 있고 공공성 측면에서도 황창규 회장의 정치후원금 사건 등 'CEO 리스크'가 존재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은 KT 주식 12.19%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주주이다.
KT는 수익과 주가가치가 부진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 미만이며 주가순자산비율(PER)이 1배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하회할 전망이다.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여파로 대규모 비용이 발생했으며 통신 3사의 5세대 이동통신(5G) 홍보에서도 뒤처졌다.
황 회장으로 인한 리스크도 부담이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경우에도 조양호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와 도덕성, 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인 자금으로 국회의원 약 90명에게 총 4억3000만 원의 불법 후원금을 준 혐의다. 그 외에도 김성태 전 원내대표 딸 특혜 채용 의혹,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골프 접대 의혹 등에 시달리고 있다.
임기를 1년 남겨 둔 황 회장은 내부 인물에게 자리를 넘겨주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3월 이사 선임에서 황 회장의 측근이 등기이사에 오를지가 관심사다. 황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인회 사장이 새로운 사내이사에 오를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 회장이 신임 회장 선임 절차를 위해 지배구조위원회를 손볼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국민연금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