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부와 의회가 셧다운을 끝내기로 한 다음 날인 2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반드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전날 정부와 의회는 다음 달 15일까지 정부를 재가동하고 이 기간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국경장벽 예산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하는 등 ‘3주 간의 정전’에 합의했다.
상·하원이 임시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바로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시 서명해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무려 35일간 지속됐던 셧다운이 멈추게 됐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척 슈머는 전날 “하원의장을 달게 보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대통령도 이를 배웠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29일로 예정됐던 의회 연두교서 연기에 이어 다시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양보를 강요당한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압박에 굴욕적으로 항복했다는 지지자들의 비판이 커지자 이날 다시 강경 모드로 돌아섰다.
그는 트위터에 “21일(3주 간의 정전)은 매우 빨리 간다. 민주당과의 협상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며 “양당이 매우 요지부동이어서 합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국경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대화를 통해 국가안보는 크게 강화됐다. 우리는 벽을 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또 “막대한 비용을 들려 두 개의 커다란 ‘카라반(중남미 이민자 행렬)’을 되돌려 보냈지만 새로운 카라반이 형성돼 오고 있다. 최소 8000명”이라며 “우리가 강력한 장벽이 있다면 그들은 아예 길고 위험한 여정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장벽을 세우면 범죄는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장애물이든 장벽이든 뭐라고 호칭하든지에 상관없이 우리는 이를 필요로 한다”며 “오직 바보들, 또는 정치적 의제만을 가진 사람만이 장벽이나 강철 장애물을 원하지 않는다. 장벽은 범죄와 마약, 인신매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셧다운 돌입 이후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 구제 조치 연장과 장벽 건설비 감액 등 타협안을 표명했지만 모조리 불발돼 ‘거래의 달인’이라고 자부했던 체면이 땅에 떨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CNN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셧다운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55%로, 민주당의 32%를 크게 웃돌았다.
트럼프가 강경 자세를 유지해 여야가 무한 대립하면 다음 달 15일 다시 셧다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3월 초순 처리해야 하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조정도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부채 한도 상향에 실패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미 셧다운은 미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날 사상 최장 셧다운에 따른 미국의 경제적 손실이 최소 60억 달러(약 6조7000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 57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