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방안을 확정하면서 총 23개 사업, 24조1000억 원(잠정) 규모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지자체가 요구했던 68조7000억 원(32개 사업)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지만 건설업계는 ‘일감’이 생겼다는 사실을 반기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의 사업은 주택부문에 집중됐다. 주택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50~60%를 차지할 정도다. 반면 비주택사업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2019 건설경기 전망 자료’를 통해 2015~2017년에 주거 및 비주거 건축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사이 토목투자는 8년 동안 감소 추이를 보였다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주택시장의 경기 여건도 부진하면서 건설업계는 난관에 부딪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1월 전국의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가 기준치(100)를 밑도는 67.2에 머물 것으로 분석했다. 입주경기실사지수(HOSI) 전망치 역시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64.0)으로 나타났다. 작년 12월 전국 입주율은 76%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중고, 삼중고를 겪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예타 면제 사업지가 결정되면서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된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어느 업체가 사업을 수주할지 모르지만 환영할만한 이슈고, 상장사의 경우 주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며 “해당 지역에 일자리 등 다양한 수요가 창출될 수 있고, 사업 시작에서 마무리까지 3~5년 걸릴 텐데 이 기간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B건설사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도로, 철도 등은 공공 발주, 지자체 발주 등 세금으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이 많이 나지 않을 가능성은 있다”며 “그러나 건설사의 일감확보 차원, 일자리 창출, 협력업체 참여 등 전반적인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예타 경제성을 검토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그 단계를 건너뛰면서 바로 기본계획, 기본설계로 들어갈 수 있다”며 “예산까지 뒷받침해서 사업을 조속히 시행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예타 면제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반면 이번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가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사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방 경기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지방 경기가 인구 유출, 건설 및 부동산 침체 등을 겪는 점을 고려할 때 예비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면 오히려 예타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비용편익비율의 값이 1보다 클 경우 해당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예타 면제만 두고 논쟁하는 것보다 사업 성과를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석 건산연 주택도시연구실 연구위원은 “인프라 투자 효과는 공사 중에는 해당 지역의 일자리, 지역의 소비 증가로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건설자재도 물류 비용 때문에 현지에서 조달할 가능성도 크다”며 “공사 이후에는 여건이 좋아져 지역발전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타를 하지 않으면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번에 선정된 면제 지역을 보면 사업성이 좋게 나오기 힘든 지역도 포함돼 있다”며 “예타 통과가 어려운 지역에 예타 면제를 적용하면 해당 지역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