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 정면 승부하기 위해서 미국시장을 선택했다.”
김형식(41)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이하 크래프트) 대표이사는 최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로 100%로 운용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국내가 아닌 미국 뉴욕시장에 하는 이유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이 회사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준비를 모두 마치고 지난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다. 두 달간의 심사 기간을 감안하면 크래프트의 AI ETF 2종은 4~5월 사이 뉴욕시장에 상장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는 AI가 직접 운용하는 ETF는 총 4개에 그친다. 초기 시장인만큼 블랙록이나 JP모건 등 글로벌 기업들과 동일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 미국시장을 직접 노크하게 됐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크래프트의 AI ETF는 미국 대형주 지수와 유사한 종목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각 주식의 비중을 딥러닝 시스템이 조절해 초과수익을 추구한다. 김 대표는 “S&P500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이미 수십조 달러 규모에 달한다”면서 “지수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AI가 딥러닝을 통해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더 객관적으로 비중이나 종목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크래프트가 AI ETF를 상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캐나다에서 AI ETF를 선보인 바 있다. 김 대표는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규제의 문턱이 낮았던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AI ETF를 상장시켰던 것”이라면서 “최근 미국도 AI를 이용한 액티브ETF 규제가 크게 완화돼 이제 미국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6년 1월 크래프트를 창업했다. 서울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한 김 대표는 대학원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졸업 직전 마지막 학기에 친구들과 우연한 기회에 퀀트 모델 알고리즘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기자본을 운영한 것이 창업의 길로 이어졌다. 2013년부터 틈틈이 연구해왔던 AI 관련 기술에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발전시켜놓은 기술을 접목하면서 자신만의 AI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기술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었다. 미래에셋운용은 크래프트 창업 초기에 투자해 현재 이 회사의 2대 주주다. 김 대표는 “인프라 등 많은 부분에서 (미래에셋운용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손잡고 캐나다에서 AI ETF를 상장했던 경험을 발판삼아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크래프트는 최근 시장에서 1000억 원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을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말 신한은행의 10억 원 투자금 유치에 이어 최근 100억 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김 대표는 AI ETF가 상장되면 운용자산(AUM)을 1조 원대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I 운용을 통한 ETF가 기존 ETF 대비 꾸준한 초과수익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입증된다면 전 세계 ETF 수요 일부를 가져오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당장 국내에서 해당 ETF를 유통할 수 있는 채널도 확보한 상태다. 그는 “ETF 상장이 끝이 아니라 이후 계속 관련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금융권 외에 비금융 AI 솔루션과 컨설팅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는 데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