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적용되는 제9회 경험생명표는 남성과 여성 평균수명이 각각 83.5세와 88.5세로 확정됐다. 이는 2015년 발표한 8차 경험생명표보다 각각 2.1세와 1.8세 늘어난 수치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상품은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위험률을 산출해 설계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사실상 전 상품 재계리가 필요한 셈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경험생명표에 따라 수명이 늘어나는데 종신보험의 경우 사망보장 부분은 보험료가 내려가고 다른 분야는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수명이 늘어나면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늘어나 평균 납부 보험료가 낮아지지만, 반대로 연금보험은 더 많이 지급해야 해 보험료가 오른다.
새 경험생명표 적용은 최근 급상승 중인 치매 보험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1월부터 판매한 치매 보험을 이달 말까지만 판매한다. 해당 상품은 병간호비 종신 보장을 앞세워 최근까지 11만 건 이상을 계약한 인기상품이다. 하지만 기존 상품은 이달 말까지 판매하고 새 보장 내용을 담은 치매 보험을 다음 달부터 내놓을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모든 상품에 대해 개정 절차에 들어가고, 회사 전략상 보장 내용을 변경하는 작업 등의 변동 사항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기존 치매 상품의 높은 손해율 때문 아니냐는 의견에는 “판매한 지 두 달밖에 안 돼 유의미한 통계가 나올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험료 인상 폭은 새 경험생명표를 적용한 상품이 출시돼야 알 수 있다. 다만 2009년 제6차 경험생명표 변경 당시 금융감독원은 질병보험 보험료가 최대 11%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시 참조위험률이 변경돼 사망보장(종신·정기보험) 보험료는 약 11%가량 하락하고 암보험과 질병 보험, 연금보험료는 6.4~11.1%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평균수명 증가 역시 위험률 하락과 유사한 효과를 내므로 다음 달부터는 치매 보험을 포함한 질병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일부 보험설계사는 다음 달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보험을 중심으로 ‘절판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큰 폭의 보험료 변동 가능성은 미비하고 각 보장 담보마다 받는 영향이 달라 같은 보험이라도 수술비와 입원비 등 세부 분야에 따라 보험료가 차이 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당장 절판 마케팅 과열 양상은 확인되지 않지만, 상시 모니터링 중이므로 특이사항 확인 시 언제든 조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