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 성장 둔화에다 세계 경제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무디스(Moody’s) 등 국제신용평가사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전망보다 크게 낮춰 잡았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위(위원장 송영길 의원)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2.6% 성장할 것이라고 지난해 12월 전망했는데, 이보다 조금 낮은 성장률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 경제의 하방 리스크로 세계 경제 하락세와 수출 둔화를 꼽았다. 그는 “(세계 경제는) 살짝 회복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힘이 빠지며 글로벌 저성장 기조로 회귀하는 모습”이라며 “수출이 반도체에 너무 집중되다 보니 역풍을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반도체는 최근 둔화세가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6일 1분기 예상 실적 설명자료 공시에서 “당초 예상보다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사업의 환경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실적 컨센서스(최근 한 달간)는 매출 53조8500억 원, 영업이익 7조2500억 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53% 급감한 수치다. 주된 배경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부진이다. 지난해 1분기 11조 원을 넘었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4조 원대 중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사업은 1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전망도 어둡다. 이달 초 무디스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지난해의 2.7%에서 하락한 2.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에선 반도체와 전자기업의 이익이 지난해보다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한국 기업의 신용도가 하락 사이클에 접어들었다”면서 “공격적 재무정책과 글로벌 수요 둔화,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