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화제를 모았던 ‘알파고’ 제조사 딥마인드(DeepMind)가 복잡한 안구질환을 실시간으로 정밀 진단할 수 있는 ‘AI 의사’를 상용화한다. 딥마인드로서는 처음 내놓는 제품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환자의 동의를 얻어 실시된 공개 시연회에서 안구를 스캔해 30초 만에 질환을 진단해냈다. 구글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알고리즘이 스캔으로 입수한 환자의 안구 정보를 분석해 순식간에 질환을 도출한 것이다.
딥마인드의 AI 시스템은 녹내장과 당뇨성 망막병증, 노화에 따른 황반변성 등 다양한 안구질환을 진단할 수 있으며 그 정확도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안과 의사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FT는 강조했다.
딥마인드는 지난 3년간 영국 런던의 무어필즈안과병원과 함께 새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와 관련된 세부내용은 지난해 8월 발간된 과학저널 ‘네이처메디슨’에 실렸다.
아직 당국의 승인을 받지는 않은 상태이지만 딥마인드는 무어필즈병원과 협력해 연구에 이어 최근 수개월간 시제품을 제조했다고 FT는 전했다.
딥마인드는 2015년 전설적인 프로 바둑기사인 우리나라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를 개발한 AI 선도업체다. 딥마인드 대변인은 “AI 시스템이 임상시험과 규제 승인을 통과하면 무어필즈 의사들이 초기 5년간 무료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딥마인드 측은 “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며 “우리는 초기 단계에 있는 새로운 리서치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술과 결합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시제품을 만들고자 정말로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딥마인드는 지난 2016년 AI 응용의 일환으로 의료 부문을 발족했다. 이후 1차 진료소와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쓸 수 있는 의료용 AI 개발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아직 제품 상용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구글과 딥마인드는 의료용 AI가 유망하다고 보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딥마인드는 지난해 11월 의료 부문 경영권을 구글의 새 헬스사업부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딥마인드는 2014년 구글에 인수되고 나서도 독립적으로 운영됐지만 의료 사업에 있어서만큼은 자원을 더욱 많이 투입할 필요를 느껴 구글에 주도권을 넘겨준 것이다.
글로벌 AI 의료서비스 시장규모는 오는 2021년에 66억 달러(약 7조4785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전체 의료용 AI 알고리즘 승인 건수가 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한 달에 1~2건 꼴로 급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