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보수단체 불법 지원,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헌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1심과 같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죄를 유죄로 판단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에 대해 “행위의 시발점이고 기획자이자 기안자”라며 “비서실장으로서 대통령 비서실 내에서 보수 시민단체에 대한 자금지원 및 활용을 강조하는 기조를 적극 형성·강화했고, 전경련을 통한 보수 시민단체 자금지원 및 국정현안에 대해 보수 시민단체 활용의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어 “범행이 대통령비서실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이상 그 체계를 만들고 하급자에게 지시한 피고인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유죄로 판단했음에도 형량을 늘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전체적으로 1심의 가벌성 평가에 반영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기환 전 수석에 대해서는 징역 2년 10개월, 허현준 전 행정관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준우 전 수석, 신동철·정관주·오도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김재원 전 수석에게는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등은 2014∼2016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압박, 기업들을 통해 33개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 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조윤선ㆍ현기환 전 수석은 국정원에서 각각 4500만 원, 55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 등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