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항공사인 제트항공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비나이 듀브 최고경영자(CEO)의 이름으로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편의 운항을 일시 중지하게 된 것을 알리게 돼 매우 유감이다”라며 운항 중단 소식을 전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거액의 부채에 허덕여온 제트항공은 은행에서 더이상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하자 이날을 끝으로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그동안 회사는 자금난으로 항공기 임대료와 연료비는 물론 조종사 임금도 지불하지 못했다.
인도 최대 항공사가 이 지경까지 내몰린 데는 LCC와의 경쟁 격화에다 고유가와 인도 루피 가치 하락이 배경에 있다. 회사는 12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과 부채 탕감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에 허덕였다. 2013년에는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에 지분 24%를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수요를 붙잡기 위해 수백 대의 신형기를 주문했다. 그러다가 작년에 루피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달러로 거래되는 석유비용 부담이 커졌다. 이 여파로 작년 4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 2월에는 채권단인 은행 주도로 경영 정상화에 나서기로 하고, 3월에는 은행에서 최대 150억 루피의 자금을 지원 받기로 합의했다. 은행단은 입찰에서 제트항공의 지원업체를 모집, 5월 10일 인수 대상을 결정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선 업계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인도의 항공 수요 성장은 주목할 만하다. 인도 국내 항공 여객 수는 2018년에 약 1억4000만 명으로 전년보다 19%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같은 해 12월까지 5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가 계속돼, 여객 수는 4년 전의 2 배가 됐다.
하지만 시장 확대를 견인한 건 LCC였다. 인도에서는 2000년대 초 스파이스젯과 인디고 등 LCC들이 등장, 기존 항공사보다 훨씬 저렴한 요금으로 고객들을 낚아챘다. 제트항공 외에 국영 에어인디아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인도 최대 재벌인 타타그룹 산하 비스타라도 고전하고 있다.
아시아의 다른 나라에서도 항공사들의 부침이 두드러진다. 태국 국영 타이항공은 2018년까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필리핀항공을 산하에 둔 PAL홀딩스도 적자였다. 인도네시아 국영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대형 항공사들은 허술한 관리 비용과 비효율적인 운영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항공업 컨설팅업체 에어로태스크의 롭 왓츠 CEO는 CNN에 “한 번 침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 벗어나기가 정말 힘들다”며 “수익은 나지 않지만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드는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운항을 줄인다 해도 비용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