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치마 길이 짧아지면 경트럭 잘 팔린다?

입력 2019-05-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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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판매 속설’ 팩트체크

▲불황이 깊을수록 경트럭 판매는 호황을 누린다.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리먼쇼크 때 다마스와 라보 판매가 급증했다. 사진은 다마스·라보와 영화 ‘7년 만의 외출’ 스틸컷 합성.   사진제공 한국지엠
▲불황이 깊을수록 경트럭 판매는 호황을 누린다. 1997년 IMF 구제금융, 2008년 리먼쇼크 때 다마스와 라보 판매가 급증했다. 사진은 다마스·라보와 영화 ‘7년 만의 외출’ 스틸컷 합성. 사진제공 한국지엠
자동차 업계에는 다양한 속설이 존재한다. 몇몇 판매 지표와 현상, 여론조사 결과 등을 분석한 사례들인데, 세심한 분석이 뒤따르면서 속설은 때때로 정설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시장 상황들이 다시 맞아떨어지면 정설은 마치 이론으로 급부상하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에 전해지는 몇몇 속설을 알아보자.

◇경기 불황일수록 패션 트렌드 달라져 = 1971년 미국의 경제학자 M. 마브리는 ‘뉴욕의 경제상황과 여성 치마길이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는 “불황일 때 여성들이 원단이 적게 들어간, 가격이 싼 미니스커트를 선호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치마길이 이론(Skirt-length Theory)’이다.

이후 특정 소비재와 경기상황의 연관성에 대한 주장이 하나둘 늘어났다. 동시에 ‘경기침체=미니스커트 유행’이라는 등식이 상관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물론 경기불황에 따른 패션업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반대 분석도 존재한다. 나아가 불황기에 남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여성의 원초적인 심리’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무조건 속설에 불과하다며 치부하기도 어렵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런 속설 일부가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미니스커트 유행하면 경트럭이 대박 = 1998년 IMF 구제금융과 2008년 리먼쇼크는 대한민국을 극심한 경기침체로 몰아넣었다. 완성차 메이커는 이 시기에 저마다 마른 수건을 짜내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반면 이때마다 대박 난 국산차도 있다. 한국지엠(GM)의 경트럭 다마스와 라보였다.

1997년 이후 연간 판매대수 기준, 다마스와 라보는 IMF 한파가 가장 극심했던 1998년에 역대 최대 판매고(5365대)를 올렸다. 불황이 극심하던 시절, 대규모 정리해고와 실직자가 증가했다. 이들이 생계를 위해 소규모 자영업으로 전환하면서 경트럭 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후 온 나라가 2002 한일 월드컵으로 경기회복에 들어설 무렵 사정은 또 달라졌다. 소비 심리 활성화와 긍정적 경기 전망이 이어질 때 다마스와 라보의 연간 판매량은 1997년 이후 최악인 2306대까지 고꾸라졌다. 경기가 좋아졌는데 오히려 판매는 하락한 셈이다.

이런 함수관계는 2008년 리먼쇼크 때 또다시 증명됐다. 미국 리먼 브라더스 사태 여파가 이듬해인 2009년 국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환율과 국제유가가 치솟던 시절, 다마스와 라보의 연간 판매는 2000년대 들어 최대치인 4413대를 기록했다.

M. 마브리의 ‘치마길이 이론’에 대한 반대 주장과 비논리적 이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경기침체=경트럭 대박’이라는 등식은 성립된 셈이다.

▲불황일수록 고급차 판매도 늘어난다. 2012~2015년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8.7% 성장했다. 이 무렵 국내 준대형차 판매 역시 중형차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4월까지 6개월 연속 내수판매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현대차 그랜저IG.   사진제공 현대차
▲불황일수록 고급차 판매도 늘어난다. 2012~2015년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8.7% 성장했다. 이 무렵 국내 준대형차 판매 역시 중형차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4월까지 6개월 연속 내수판매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현대차 그랜저IG. 사진제공 현대차
◇불황일수록 고급차 강세 = 물론 불황일수록 고급차가 잘 팔린다는 주장도 여전히 숫자들이 증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전 세계 고급차 시장은 2008년 리먼쇼크 이후 오히려 고성장을 시작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증가율은 연평균 8.7%로 일반차보다 5.7%포인트나 높다.

2018년까지도 평균 5% 안팎의 성장세를 지속하면서 저성장 기조에 들어선 일반차의 증가세를 앞지르고 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고급차 시장의 성장세는 4.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역시 다르지 않다. 지난해 국산 준대형 승용차 판매는 전년 대비 3.86% 증가했다. 현대차의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4월 판매에서 1만 대를 돌파(1만135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연속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제네시스의 4월 판매는 G70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1% 증가했다. 불황일수록 기름값이 적게 드는 소형차 판매가 증가하는 것이 아닌, 준대형차로 차 업계의 중심이 이동하는 셈이다.

◇고급차일수록 고객만족도는 하위권 = 북미 소비자 단체가 발표하는 고객만족도에는 다양한 지표가 포함돼 있다. 구입 초기 고장 건수와 불만 건수 등이 지표의 기준이다.

이때마다 흔히 고급차 브랜드는 상위권에서 밀려나기 일쑤다. 늘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토요타와 혼다 등 대중차 브랜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왜일까?

마케팅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마이너리티 소비의 특성’이라고 분석한다. 많은 사람이 선택하지 않은,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은 소비재에 투자하고 구입을 했다면 그 선택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강조하는 게 기본적인 소비심리다. 스스로 “만족도가 높다”며 자기위안하는 경우다. ‘불만족=나의 잘못된 선택’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많이 팔린 현대차보다, 상대적으로 판매가 적은 르노삼성차 고객의 고객 만족도가 높다.

고급차에 대한 높은 기대치 역시 이런 만족도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값비싼 고급차를 무리해서 구매했는데 작은 결함이라도 드러나면 만족도는 그 이상으로 하락한다.

거꾸로 큰 기대 없이 구입한 중저가 모델이 예상외로 좋은 품질을 지녔다면 만족도는 크게 올라간다.

현대차의 최고봉이었던 에쿠스의 고객 만족도가 가장 떨어진 반면, 1000cc 경차의 품질 만족도가 높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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