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정책 부조화는 결국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치에 대한 불신이 도를 넘어 위험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비웃는 시니시즘(냉소주의)과 모든 제도와 권위를 부정하는 니힐리즘(허무주의)이 만연하고 있어 정치 이노베이션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은 복수(複數)의 과제를 단기간에 동시 병행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이 높은 환경 격변기다.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문재인 정부의 기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2017년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5개년 계획은 4대 복합 혁신과제로서 △불평등 완화와 소득주도 성장위한 일자리 경제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창업 국가 △고용·노동·복지체계 혁신에 의한 인구절벽 해소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5개년 계획은 제4차 산업혁명을 제외하곤 모두 중장기적 과제이거나 너무 많은 사업들로 정책이 파편화되어 지금은 체감도가 뚝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말 물러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기 내내(2017.6~2018.12) 소득주도성장 대(對) 혁신성장의 논리 싸움과 청와대 정책실과의 파워 게임에 시달렸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의 경제 성과가 실망스럽게 나타났고, 앞으로 상당 기간 경제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러한 어두운 경제 현실을 이른 시일 내에 역전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홍 부총리가 추진해야 할 정책의 키워드는 ‘우선순위’와 ‘V자 회복’이다. 정권의 파워를 집중적으로 경제문제에 투입하면서 제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홍 부총리를 상징하는 단어는 ‘조정’이다. 그는 1986년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 사무관으로 출발했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2년 7월에 시작해 11월까지 총 8회에 걸쳐 열렸던 ‘경제활력대책회의’ 당시 그는 정책조정국장이었다. 경제부처 정책의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5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청와대 정책조정실 기획비서관을 거쳐 2017년 5월까지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을 지냈다. 그는 당시 차관으로서 직접 범부처 차원의 ‘바이오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현재의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르기 전까지 국무조정실장을 맡았다.
홍 부총리는 이 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경제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서 면모를 보여야 한다. 우선 맥이 빠진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바짝 끌어안아야 한다. 여기에 청와대에 새로 갖춰진 경제보좌관-정보과학보좌관-중소벤처 비서관 라인을 밀착시켜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강력히 뒷받침할 수 있는 핵심 라인이기 때문이다. 내각에선 경제활력대책회의를 통해 관계 장관들에게 경제위기의 현실을 주지시키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로드맵에 따른 책임 소재를 확실히 정해주면서 수시로 점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부총리는 정치의 큰 판과 작은 판을 동시에 읽고 끈질기게 대처해야 한다. 여당의 당정회의와 야당의 고위층 직접 설득이 큰 판이라면, 각 당이나 국회 내의 제4차 산업혁명 특위를 찾는 일은 작은 판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2018년 12월 10일 공식 업무를 시작한 이후 5개월 사이에 모두 16차례의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경제 활력의 지름길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제부터라도 제4차 산업혁명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