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 ‘한국석유공사’는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의 취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공사였다. 현재 국내의 사회적기업이 직접 생산하는 물품에는 한계가 있다. 토너나 책자, 명함 등이 전부인 게 현실이다. 이를 통해 물품 구매의 3%를 만족하는 수준으로 매입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한국석유공사는 사회적기업이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물품만 구매했다.
무엇보다 물품명세를 기재할 때 직접생산 된 물건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준정부기관 대부분은 ‘홍보물품’으로 뭉뚱그려 기재하거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재할 경우 ‘직접생산 한’ 물품을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가 없게 된다. 또한 일부기업에 치중되지 않고 소액이더라도 다양한 업체에서 구매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시장에 ‘마중물’을 붓는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 취지에 가장 부합했다.
이 때문에 한국석유공사는 사회적기업 구매 실적에서 만점 기준을 채우지 못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실적 및 구매계획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는 35개 공기업 중 32위에 머물렀다.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액은 0.45%에 불과하다. 사실상 직접 생산한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 실적을 다 채울 수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끝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두 번의 요청에 한 번은 “해당 자료가 없다”며 거절했고, 한 번은 관리하는 자료를 줄 수 없다며 이의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코레일 관계자는 “사회적기업과 거래를 많이 하고 있다”라는 식의 답변만 남겼다.
코레일의 지난해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액은 22억1494만 원으로 전체 35개 공기업 중에서 10번째로 많은 비중(3.26%)을 차지해 경영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비율만 따지면 다소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거래액만 보자면 ‘공공기관 의무구매 제도’에 해당하는 전국 841개의 공공기관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22억 원이 유통사를 통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기업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구매한 실적이라면, 코레일은 사회적기업 발전에 가장 헌신하는 공공기관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내용을 제출하지 않아 확인할 수가 없다. 추가로, 코레일은 처음 정보를 요청한 5월 7일 이후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이날(11일)까지 내역 제출을 거부한 유일한 공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