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산 석유가 ‘세계의 공장’인 아시아 제조업 공급망을 지탱하는 상황에서 이런 생명줄이 끊길 위험에 처해 있어 ‘21세기형 오일쇼크’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전날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유조선 2척이 공격을 받았다. 그 중 한 척은 일본 고쿠카산업이 임대해 운영하던 파나마 선적의 화물선으로, 2만5000t의 가연성 메탄올을 싣고 운항 중이었다. 지난달에도 호르무즈해협 근처에서 비슷한 공격이 있었다.
앞서 1970년대 오일쇼크는 휘발유 가격 상승과 물자 부족 등의 형태로 미국 등 소비가 중심인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줬다. 오늘날에는 ‘세계의 공장’ 아시아로의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제조업 공급망 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이로 인해 구미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제조업 네트워크는 다른 어느 지역도 대체할 수 없는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다. 문제는 이를 지탱하는 생명줄이 바로 세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지역인 중동에서 해상으로 운반되는 석유와 천연가스라는 점이다. 특히 미국이 에너지 자립으로 중동 에너지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이 지역 안정과 해상 수송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점도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현재 오일쇼크 위기는 과거보다 더욱 복잡한 파급 경로를 거쳐 아시아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신문은 경종을 울렸다. 태국에서 지난 2011년 발생한 홍수가 일본 기업 공급망을 붕괴시켰던 것처럼 예상치 못한 장소에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조립 공장이 전력 부족으로 조업을 중단하면 한국과 일본 등의 설계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업체들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금세기 완성된 아시아의 거대한 생산 네트워크는 아직 대규모 오일쇼크 스트레스테스트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신문은 우려했다.
또 언론의 자유가 크게 제한된 중동에서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면 정보 확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유조선 공격을 놓고도 이란이 일으켰다거나 이스라엘 등 이란을 적대시하는 세력이 관여했다는 주장 등 다양한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사건이 오해나 과민 반응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우발적인 충돌이야말로 현재 중동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다.
특히 이번 공격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동 긴장을 완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이란을 방문한 와중에 일어나 더욱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을 상기시켰다. 이에 중동 위기 해소가 아시아에 있어서 전례 없는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신문은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