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IT 기업들을 겨냥해 잇따라 반독점 소송을 벌이고 있는 유럽연합(EU)을 작심하고 비난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규제는 EU가 아닌 미국의 몫”이라며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EU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특히 미국 IT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꼽히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겨냥해 “그는 내가 지금까지 만난 어떤 사람보다 미국을 싫어한다”며 “그가 모든 미국 기업들을 고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U는 2017년 이후 구글을 상대로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약 82억 유로(약 10조 70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17년 6월 구글이 온라인 검색 때 자사와 자회사 사이트가 우선 검색되도록 했다면서 24억2000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작년 7월에도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EU의 경쟁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43억4000만 유로를 물렸다. 올해 3월엔 구글이 ‘애드센스’ 사업 부문을 통해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시장 지배적 위치를 남용해 경쟁을 억제했다며 반독점 위반 혐의로 과징금 17억 유로를 부과했다. 구글은 세 건에 대해 모두 항소한 상태다.
EU 집행위원회는 페이스북에도 “왓츠앱이 페이스북과 일부 개인정보를 공유한다고 발표한 후 자체 조사한 결과 인수 당시 개인정보 공유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1억1000만 유로(약 14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자국 IT 기업들을 무조건 역성만 드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날 폭스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구글과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야 한다”며 IT 공룡들도 싸잡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IT 기업들을 겨냥해 “그들은 모두 민주당원으로, 민주당에 완전히 편향돼 있다”며 “내일 내가 만약 멋진 진보적 민주당원이 되겠다고 선언하면 팔로어가 다섯 배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를 향해서도 “내 팔로어 수를 불공평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그들은 내가 메시지를 발신하기 훨씬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는 트위터를 미국 정부가 고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근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애플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분담하기로 업무 분장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한편,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과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참석도 예정돼 있다. FT는 트럼프가 이들과 만나 EU의 미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제재 관련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