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8년 12월에 펴낸 ‘부동산정책의 종합적 검토와 발전 방향 모색’ 보고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국민의 자산 축적에도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을 우려했다. 정부가 2007년 9월 부동산 상한제를 도입하고 1년이 지난 시점에 나온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분양가 규제는 이른바 ‘한신공영 충격’으로 도입됐다. 1970년대 말에 규제했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이 1981년 자율화되자 한신공영이 대형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를 이전 분양가 상한보다 22% 올리면서 억대 아파트를 처음 내놓은 것이 발단된 것이다.
연구진은 “분양가 상한제를 최고가격제로 본다면 이 제도는 주택건설업체의 채산성을 떨어뜨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며,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환경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분양가 규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택지 공급의 애로가 작았던 시기(1990년대 중반)와 ‘국토의 계획과 이용에 관한 법률’ 체제 아래에서 도시 주변 농지, 산지의 개발이 극도로 제한된 오늘날에는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가 다를 것”이라며 “지난 몇 년간 주택사업자들은 공장 이전적지 등 도심 내 공지에 고층 주상복합단지를 개발하거나 재개발·재건축에 힘을 쏟았는데, 분양가 상한제가 재도입되면서 이 같은 활동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분양가 규제로 자산 축적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제도 도입 이후 주택을 분양받은 이들은 자산 축적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 반대로 역효과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위축돼 가격이 오른다면 기존 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해야 하는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또한 애초에 주택을 분양받을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은 주택을 청약할 기회조차 갖지 못해 중산층과의 자산 격차가 더 커진다”고 분석했다.
인근 주택에 비해 분양가가 낮을수록 청약시장이 과열되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들을 종합으로 고려하면서 분양가 규제가 국민의 자산 축적 또는 중산층 형성에 얼마나 기여를 했고, 규제의 사회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의 긍정적 효과를 가졌는지가 연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도입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부동산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선 분위기다.
송파구 신천동 E공인중개사는 “조용하다. 전화도 없고 문의하던 분들도 지켜보는 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며 “거래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야 호가가 내려가는데, 호가가 내려가는 단계는 아직 아니고 거래가 주춤한 단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대치동 A공인중개사는 “아직까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며 “정책이 최종적으로 결정된 게 아니다 보니 시장도 크게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 호가가 내려가는 분위기도 아직은 아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