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꽃밭에 빠져 넋을 놓고 해바라기 사이를 걷다가 깜짝 놀랍니다. 해바라기 꽃에서 열심히 꿀을 따던 벌들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람에게 놀라 이리저리 날아갑니다. 어떤 벌들은 내 얼굴을 향해 날아오기도 하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바라기가 왜 이렇게 많은 벌들을 불러 모으는지 독자들께서는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해바라기가 씨앗을 맺고 열매를 키우려면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까지 옮겨지는 ‘수분’, 즉 꽃가루받이를 해야 합니다. 이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식물이 꽃가루받이를 위해 도움을 받는 대상은 무척 다양합니다. 벌과 같은 곤충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로부터 도움을 받습니다. 인간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사과나무를 키우는 농부들은 이른 봄, 사과가 잘 달리도록 하기 위해 일일이 꽃가루를 묻혀주는 일을 합니다. 사과나무 입장에서 보면 농부들의 도움을 받은 것입니다. 식물들은 도움을 받은 동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무언가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벌에게는 달콤한 꿀과 꽃가루를, 사람에게는 맛있는 사과를 선물도 줍니다.
식물이 살아가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꽃가루받이를 할 때만이 아닙니다. 일생을 거쳐 도움을 받습니다. 도움을 주는 대상은 동물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과 같은 미생물, 때로는 바람과 물과 같은 무생물들도 식물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식물이 다른 이로부터 도움 받는 과정을 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식물이 총명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습니다. ‘깽깽이풀’이라는 식물은 씨앗을 땅속에 잘 심기 위해서 개미의 도움을 받습니다. 씨앗 껍질에 ‘엘라이오솜’이라고 하는 개미가 좋아할 먹을거리를 붙여 놓습니다. 개미는 저장해두었다 두고두고 먹을 생각으로 이것을 끌고 굴 속으로 들어갑니다. 다음 해 봄에는 개미굴 속에 저장되었던 씨앗이 싹트고 개미의 분비물을 양분으로 삼아 잘 자라게 됩니다. 얼핏 보면 개미가 큰 손해를 본 것 같습니다. 깽깽이풀이 자라면서 개미굴을 파괴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 것도 아닙니다. 개미 입장에서는 추운 겨울 동안 살아남을 수 있는 식량을 깽깽이풀에게 얻었으니까요. 도움을 주고받을 때 누가 더 많이 받았고 누가 더 적게 받았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도움 자체가 절대적인 가치가 있을 뿐입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는 사람살이에서도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보면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경영자들이 꽤 많습니다. 직원은 돈만 주면 언제든지 새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큰 오산입니다. 직원들이 하는 일이 모여 회사나 조직의 성과로 나타납니다. 이미 회사의 목표나 목적을 잘 알고 있는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큰 손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어떤 상급자들은 하급자들을 무시하기 일쑤입니다. 하급자들이 없으면 자기 혼자서는 성과를 낼 수 없음을 깨닫지 못하는 듯합니다. 이런 모습은 상급자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급자들은 위에 상급자만 없어지면 자기 세상이 될 줄 압니다. 그 상급자가 막아주던 외풍을 혼자 다 맞아 상처 입을 것은 생각지 못합니다. 주변 동료는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란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상살이 어떤 일도 혼자서 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서로 도와주어야 세상살이가 편안해질 것 같습니다.
최근 며칠간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명한 식물원에 머물며 식물원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배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나름 오랫동안 식물원과 함께해 왔지만, 원장으로서의 경력과 경험은 충분하지 못한 것이 저의 모습입니다. 부족함을 조금이나마 보완해보고자 공부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그 식물원의 원장님을 비롯한 많은 직원분들께서 아주 상세하고 친절하게 저를 도와주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저도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