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금리인하가 임박한 분위기다. 한은은 1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연 1.50%에서 1.25%로 낮출 것이 유력하다. 시장에서도 인하 전망이 대세다. 지난 주말(11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28%로 거래를 마감했다. 현재 기준금리보다 0.22%포인트 낮은 것으로, 금리인하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기준금리 인하 압력은 높다.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경제의 성장률 추락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과 투자의 장기 부진,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대두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미·중 간 협상은 1단계 합의로 일부 진전을 이뤄내고 미국의 관세율 인상이 보류됐지만, 앞으로 분쟁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 달성은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 상당수는 1%대 성장률까지 내다보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9개 주요 IB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4월 이후 7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중첩된 악재로 경기 반등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성장 전망도 어둡기 짝이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리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금리를 인하하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또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기회복 지원에 통화정책의 초점을 맞춘다는 정책신호를 시장에 보낸 상황”이라고 말해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8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금리인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금리인하에 그치지 않고, 제로(0) 금리나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까지 거론된다. 금통위는 13일 제출한 국정감사 사전질의 답변서에서, 심각한 경기침체나 디플레 가능성이 커질 경우 양적완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은 중앙은행 대출, 공개시장 운영, 지급준비제도 등의 정책수단으로 대응할 단계임을 전제했지만,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국채매입 등 양적완화 정책의 동원까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리인하나 양적완화의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추가로 금리를 낮추면 통화정책의 한계선에 이른다. 하지만 금리인하의 약발이 예전 같지 않다. 유동성 함정에 빠지거나, 가계부채의 문제를 더 키우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동성 함정은 금리가 낮고 시장에 돈이 풀려도 기업의 생산과 투자, 가계소비로 흘러들지 않아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현상이다. 결국 통화정책은 무력화된다. 금리인하와 함께, 기업활력을 살리고 소비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정책수단 동원이 다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