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에서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의 신용 등급을 빌려 7000만 원의 고액 대리대출을 한 사실이 내부 감사결과 드러났다. 직장상사인 A차장은 대리대출한 금액을 상환하지 않고 퇴직하려다 익명제보시스템에 덜미를 잡혔다.
강원랜드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실로 제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A차장은 본인의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불가능해지자 같은 팀 B과장에게 신용등급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A차장의 요구에 신용등급만 빌려주면 되는 줄 알았던 B과장은 저축은행으로부터 본인 명의 대출이 발생한 것을 알았다. 이를 취소하려하자 A차장은 B과장에게 본인 계좌로 총 7000만 원을 2회에 걸쳐 송금하라고 강요했다.
B과장은 "신용등급을 빌려주는 것이 본인에게 피해가 없고, 30~45일이 지나면 빌려준 신용등급도 원상회복 된다고 대출업체가 설명했다"면서 "상급자의 요구를 들어주면 회사생활이 편해지겠다는 생각으로 빌려줬다"고 했다고 보고서는 서술했다.
45일 후에도 대출명의 변경과 신용등급 원상회복이 되지 않자 B과장은 A차장에게 확인 요청을 했다. 답을 주지 않은 A차장은 이후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B과장에게 퇴직금으로 돈을 갚겠다는 차용증을 작성했지만, 결국 상환하지 못했다.
A차장은 고액의 대리대출 이 전에도 B과장에게서 500만 원을 빌렸고, 같은 팀 또 다른 직원들에게 2차례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차장은 "대출 과정에서 신용등급만 빌려 대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금전대차 행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대출을 취소하려던 B과장을 막고 본인 계좌로 고액을 송금하게 한 A차장이 윤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감봉' 징계조치를 내렸다.
강원랜드 윤리행동강령에는 직무관련 임직원과 금전을 빌려주는 행위를 할 경우 신고하도록 돼있다. 회사 측은 B과장에도 이 윤리 규정을 적용해 '견책' 징계 조치를 내렸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A차장이 지난 달에 퇴직해 상환 문제는 개인 차원에서 합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시 내부적으로 가벼운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돼 A차장에게 중징계 수준인 감봉 조치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최인호 의원은 "상급자에 의한 대리대출 갑질도 문제지만, 브로커에 의한 대리대출은 심각한 위법행위"이라며 "내부감사가 아니라 상부기관의 엄정한 감사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률은 65.6%로 민간분야(68.6%)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강원랜드 등 공공부문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따른 근절 노력이 시급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