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은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찰개혁 관련 법안 4건을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키로 했다.
문 의장은 이날 오전 이 같은 방침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통보했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밝혔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뜻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에 부치기 직전 단계를 말한다. 국회법에서는 패스트트랙에 오른 안건에 대해 ‘본회의 부의 후 60일 내 상정’을 규정하고 있다.
본회의에 부의될 법안은 공수처법 2건(더불어민주당 백혜련·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다. 애초 문 의장은 이들 검찰개혁 법안을 이날 본회의에 부의하려 했지만 입장을 바꿔 부의 시점을 한 달가량 늦췄다. 한 대변인은 “충분히 보장된 심사 기간 동안 여야가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국회의장이 요청했다”고 말했다.
여야는 검찰개혁안의 본회의 부의 시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민주당은 10월 29일을, 자유한국당은 내년 1월 29일을 각각 부의 시점이라고 해석했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상임위 심사(180일)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90일)가 필요한데,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은 법사위 소관이기 때문에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가 불필요하다고 봤던 반면 한국당은 90일의 법사위 심사 기간이 필요하다고 맞서 왔다.
12월 3일은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문 의장이 마련한 절충안이다. 한 대변인은 부의 시점과 관련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일로부터 180일이 되는 10월 28일 시점에서는 법사위 심사 기간이 57일에 불과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에 필요한 90일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90일이 경과한 12월 3일에 사법개혁 법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이 검찰개혁안 본회의 부의를 예상보다 늦춘 탓에 민주당이 주장하던 ‘선(先) 검찰개혁 법안, 후(後) 선거법 처리’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개혁안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 개혁법안은 11월 27일에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향후 검찰개혁 법안은 선거제도 개편안과 함께 ‘일괄처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군소 야당의 입장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의 결정에 여야는 각각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 간 더 합의 노력을 하라는 정치적인 타협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은 것이지만 원칙을 이탈한 해석”이라면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또한 “12월 3일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법에 어긋나는 해석”이라며 “(법제사법위원회에)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줘야 한다는 국회 해석과 상치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의장은 본회의에 검찰개혁안을 부의한 뒤에는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이들 법안을 비판하며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자유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독재 악법이 될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폭거의 모든 과정은 무효, 불법, 날치기로 점철됐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