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인류가 달에 첫 발자국을 찍은 지 50년이 흘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과거 정부를 중심으로 추진되던 우주 탐사는 어느새 민간 영역으로 흘러들었고, 한발 먼저 ‘우주의 꿈’을 꿨던 세 명의 거물이 민간 우주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이 우주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민간 우주여행, 화성 이주 등 이들의 야심 찬 계획을 그저 공상과학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적어도 수년 내에는 민간 우주여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수도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우주정거장을 관광을 비롯한 민간 상업 용도로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꿈이 현실화함에 따라 내로라하는 우주의 상업적 가치도 인정받는 추세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20여 년간 우주산업의 규모가 1조 달러(약 1178조 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17년 3240억 달러에 그쳤던 민간 기업 중심의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오는 2040년에는 1조1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 역시 우주산업 규모가 2040년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 명의 거물이 이끄는 기업들도 우주 선점을 위해 박차를 가하면서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블루오리진은 지난 5월, 개발 시작 3년 만에 달 착륙선 ‘블루문(Blue Moon)’의 실물 모형을 공개했다. 블루문은 과학 장비, 자율 주행 로버 4대, 인간이 탑승할 수 있는 기압 차량을 실을 수 있다. 현재 블루문은 엔진 시험을 완료한 상태이며, 달 남쪽 극점인 얼음층에 도달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베이조스 CEO는 정확한 시점을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우리는 시간표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다시 미국 우주인을 달에 보낼 것이라고 약속한 시한인 오는 2024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블루문은 달의 남쪽에 도달한 뒤 지난해 발견된 얼음 퇴적물을 통해 수소를 얻고, 이를 운송수단의 연료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블루오리진은 자체 개발한 ‘뉴셰퍼드(New Shepard)’를 통해 저궤도 민간 우주 관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뉴셰퍼드는 2015년 이래로 총 11번의 시험 비행을 완료했다. 내년 중에는 총 6명을 수용할 수 있는 캡슐을 갖춘 이 우주선에 실제 인간을 태우겠다는 목표다.
달과 화성을 탐사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스페이스X는 매년 20회 넘게 재활용 로켓을 발사하는 등 우주개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달·화성에 발사될 유인우주선 ‘스타십’을 공개, 6개월 안에 시험 비행을 통해 지구 궤도에 도달시키겠다고 자신했다. 최초의 달 여행 시점은 오는 2023년으로 잡혀 있으며,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제1호 탑승객으로 선정된 상태다. 달 여행 왕복거리는 77만 마일(76만㎞)로 약 5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머스크 CEO는 화성에 거주지를 개척, 100년 내에 100만 명을 이주시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 우주 관광 벤처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된 버진갤럭틱은 지난 해 12월 유인 우주선 ‘스페이스십투(SpaceShipTwo)’의 시험 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사람을 태우고 시험 우주여행을 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버진갤럭틱은 내년 6월 첫 상업 비행을 시작해 2020년에 승객들을 태우고 총 16번의 우주여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2021년 115회, 2023년에 270회의 우주 비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2021년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운항편 수가 증가함에 따라 수익 또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버진갤럭틱의 약 25만 달러짜리 우주여행 상품은 이미 팝스타 저스틴 비버, 유명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600여 명이 예약을 마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