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창단 70주년 기념사업 및 2020년 사업’을 발표했다.
국립극단은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세계 최초로 공연화한다. '연출의 판 - 해외연출가전'을 통해 벨기에 연출가 셀마 알루이는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를 연극으로 풀어냈다.
연출은 올 초 한국을 방문해 한강 작가와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국립극단은 "여성과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폭력,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는 한국 배우들과 양국 디자이너들의 협업으로 완성되며 2020년 서울에서 초연 후 2021년 3월에는 리에주극장에서 유럽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2021년에는 배요섭 연출이 유럽 예술가들과 함께 리에주극장에서 다원예술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다.
새해 첫 작품은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배삼식 작가에게 의뢰한 신작 '화전가'로 이성열 예술감독이 연출한다.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위태로운 시기를 오직 서로에게만 의지한 채 살아가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섬세하게 풀어낸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원작 기군상, 각색·연출 고선웅)은 70주년 기념으로 진행한 관객 설문조사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이다. 국립극단은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과 함께 2위에 뽑힌 햄릿을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햄릿은 정진새가 각색하고 부새롬이 연출을 맡는다.
국립극단 역사에서 세 명의 연출가에 의해 공연된 레퍼토리 파우스트(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연출 조광화)는 연출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한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임기를 마치고 무대로 돌아온 김성녀가 악마와 영혼을 담보로 거래하는 학자 파우스트로 분한다.
해외 극단 축하 공연도 마련된다.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RSC)은 신작 '말괄량이 길들이기'(6월 2∼6일)를 선보인다. 관습적 성 역할의 전복, 장애인 배우 캐스팅 등 동시대 정신을 담은 도전적인 작품이다. 러시아 박탄고프극장은 황금마스크상 수상작 '바냐 삼촌'(5월 28∼30일)을 무대에 올린다.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을 각색 없이 연출로만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립극단은 같은 시기에 출범한 국립극장과 함께 내년 4월 29일 국립극장 야외마당에서 기념식을 연다. 이어 명동예술극장과 국립극장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펼친다.
국립극단은 70주년을 기념하는 표어와 상징도 공개했다. 70주년 기념 표어는 '여기 연극이 있습니다, 국립극단 70'이다. 표어와 함께 선보인 상징 중 가로형은 어두운 무대를 비춰 생명을 불어넣는 조명을, 세로형은 확성기를 형상화했다.
이성열 예술감독은 "70주년이기에 과거를 성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과거의 대표작품이나 의미있는 작품들 위주로, 하반기에는 새로운 시도의 의미를 담은 신작들을 공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