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의 새로운 수장이 된 순다르 피차이. 회사가 안은 많은 난제 중에서도 2020년 그를 가장 괴롭힐 과제는 바로 ‘달력’이다. 알파벳의 주가는 유독 짝수 해에만 부진이 심했는데, 내년이 바로 짝수 해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짝수 해 부진 징크스’를 깰 수 있는지 여부가 피차이의 첫 시험 관문이라고 최근 분석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이달 초 피차이를 새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했다. 피차이는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부터 지금까지 핵심 사업인 구글을 이끌어왔는데, 이번 인사로 그룹 전체의 지휘봉을 넘겨받게 된 셈이다.
피차이는 승진 인사와 함께 큰 선물도 받았다. 알파벳이 지난주 피차이에게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안긴 것이다. 여기에는 S&P100지수와 비교한 주가 성적 등 특정 성과 목표 달성에 연동된 2억40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주식 보상이 포함됐다.
출발도 순조롭다. 이달 초 피차이가 알파벳 CEO로 취임한 후 회사 주가는 4% 상승하는 등 올해 들어 알파벳의 주가 상승률은 29%에 달했다.
그러나 WSJ는 내년은 어려운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사업 둔화와 늘어가는 직원들의 반발, 전례 없는 미국 의회의 압박 등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짝수 해 부진’이라는 징크스도 도사리고 있다. 제프리스의 브렌트 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알파벳(구글) 주가는 2010년 이후 지난 10년 간, 홀수 해에는 연평균 35% 오르며 호조를 보였지만, 짝수 해에는 간신히 제자리걸음을 유지했다.
다만, 2020년에 이 패턴을 깰 수도 있다. 구글 광고 부문의 성장은 내년에도 보합세에 그칠 전망이지만, 클라우드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 사업은 지난해 10월~올해 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4% 급증한 44억 달러를 기록했다. 구글은 오랫동안 광고 의존에서 벗어나 수익원을 다각화하기 위해 애썼는데, 그 노력이 본격적인 성과를 낸 것은 GCP가 처음이었다.
알파벳은 현금 수익률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S&P캐피털IQ에 따르면 3분기 자사주 매입은 57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또 알파벳의 현재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6배로 최근 3년간의 평균치보다 불과 6% 높은 수준이다. 1170억 달러라는 거액의 순현금을 제외하면 예상 PER는 약 22배로 낮아진다.
WSJ는 피차이가 새로운 변화를 꾀하면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투자자들은 알파벳이 지배 구조를 바꿀 때마다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가의 재무통이었던 루스 포랏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15년 주가 상승률은 47%에 달했다. WSJ는 내년은 알파벳이 ‘주가 징크스’를 깰 절호의 기회라며, 그러기 위해선 시장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