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집값 오름세가 주거 선호도가 높은 또 다른 수도권 지역인 과천ㆍ성남ㆍ하남을 뛰어넘고 있다. 일부 단지들의 리모델링 열풍에 수지구 주택시장 전반의 '갭 메우기' 현상이 맞물린 영향이다. 강도 높은 대책에 집값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교통망 등 주거 여건 대비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에 호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경기도 용인 수지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0. 49% 올랐다. 정부의 12ㆍ16 부동산 대책 여파로 관망세가 확산하면서 지난주(0.93%)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경기도 시ㆍ군ㆍ구별 상승폭 중 여전히 세 번째로 높다. 수도권에서 서울의 웬만한 지역보다 인기가 높은 과천(0.40%)ㆍ광명(0.43%)ㆍ하남(0.20%)ㆍ성남 수정구(0.06%)의 오름폭을 뛰어넘는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 집값이 이처럼 뛴 데는 일부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본다. 감정원 관계자는 “용인 수지구는 (지하철 3호선 연장) 교통 호재가 있는 신봉동과 리모델링 개발 기대감이 있는 동천ㆍ풍덕천동 위주로 집값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풍덕천동 초입마을(삼익ㆍ풍림ㆍ동아) 아파트다. 1994년 준공한 25년 차 아파트로 이달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사업에 돌입했다.
포스코건설은 수평 및 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지상 15층 12개동 1620가구인 이 단지를 지상 최고 23층 13개동 1863가구로 탈바꿈시킨다. 새롭게 늘어나는 243가구는 일반 분양한다. 사업 규모는 약 4000억 원으로 웬만한 재건축 사업 규모와 비견할 만하다. 사업이 차질 없이 속도를 낸다면 이 단지는 2022년 4월 이주를 시작해 같은 해 10월 착공에 들어간다. 입주는 2025년으로 예상된다. 용인 최초의 리모델링 단지라는 이름표를 얻게 된다.
리모델링 사업 호재에 지난달 최고 4억 원에 거래되던 초입마을 풍림아파트 전용 59㎡가 이달 4억5000만 원으로 한 달 사이 5000만 원이 뛰었다. 현재 호가는 5억1000만 원대다.
재건축사업은 준공 후 30년이 지나야 재건축이 가능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은 준공 15년만 지나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1990년대 초반 들어선 수지구 일대 아파트촌에 리모델링 바람이 부는 이유다. 현재 이 일대에선 풍덕천동 보원아파트가 지난달 초 리모델링 사업설명회를 진행했고, 신정마을 8단지도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초입마을 단지의 사업 속도가 이 일대 리모델링 사업 기대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서울을 비롯한 인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에 따른 갭 메우기 현상이 맞물린 것도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최고 7억6000만 원에 거래되던 풍덕천동 래미안수지이스트파크(2015년 입주) 85㎡는 이달 8억4500만 원에 거래되며 한 달 새 무려 8000만 원이 넘게 올랐다. 상현동 광교상록자이(2012년 입주) 85㎡는 지난달 최고 9억 원까지 거래되다 이달 들어 9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
집값 상승 기대감의 불씨는 고강도 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꺼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12ㆍ16 부동산대책에 오름세는 주춤하지만 교통과 교육 여건 등 주거 여건 대비 저평가됐다는 인식에 대책 이후에도 매도자들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다.
풍덕천동 일대 G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 이슈도 한몫을 했지만 최근 집값 상승세에 갭 메우기 영향도 컸다”며 “신분당선 같은 교통이나 학원가 형성 등 교육 여건이 좋은데도 과천과 성남, 하남 등과 비교해 너무 저평가되고 있다는 인식이 최근 들어 강해지면서 강도 높은 대책이 나왔는데도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해 호가가 내려가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