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이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실과 동떨어진 '엉터리'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의 특성화고 활성화 정책 기조에 우호적인 홍보자료를 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모순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직능원은 지난해 12월 15일 직업계고등학교를 위한 정책들이 특성화고 등 학생들의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반계고 및 직업계고 학생들의 의식 변화’를 조사했으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특성화고 학생의 취업 수요가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직능원은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에서 졸업 이후 진로계획으로 ‘취업·창업’을 꼽은 비율은 2004년 21.9%에서 2016년 54.3%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능원의 자체 수요조사시스템인 한국교육고용패널의 3년 전(보고서 발표일 기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적조사 한 결과다. 이에 대해 직능원 관계자는 “고졸 취업 및 직업교육 정책이 활성화되기 이전인 2004년과 이후인 2016년의 변화를 살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능원의 연구보고서와 실제는 차이가 컸다.
국내 교육현황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률은 2017년 74.9%에서 2018년 65.1%, 2019년 54.6%로 낮아졌다. 이는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일종의 '피난처'로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2017년 32.8%에서 2018년 36.0%, 2019년 42.5% 등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직능원 조사에서 2016년 취업ㆍ창업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던 고등학교 2학년(54.3%)생들의 졸업년도인 2018년 취업률(65.1%)과 비교해서도 약 10%의 오차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직능원의 자체 수요 조사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남기 대한교육법학회장(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은 “직업계고 등 특성화고는 입학 면접을 볼 때부터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 위주로 진로를 결정할 것을 (학생에게) 간접적으로 요구 한다”며 “학생들은 이러한 분위기에서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올까’하는 마음에 수요조사에 취업이나 창업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특수한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고 조사에 나선 직능원의 일차원적인 자체 질의응답 방식이 결국 현장과 괴리된 결과를 내놓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직능원 측은 수요조사 결과와 교육통계서비스의 취업률이 다른 것에 대해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직능원 관계자는 “수요조사 당시, 대상 학생들은 2학년이는데 3학년이 되면서 졸업 후 계획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파악 된다”면서 “해당 부분은 추후 원인 분석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교육통계서비스는 결과를, 한국교육고용패널은 의향을 기반으로 한 자료”라며 “직능원은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조사했지만 교육통계서비스는 특성화고만을 대상으로 한 만큼 (조사대상) 범위가 다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