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고, 습기를 먹고, 물에 빠지고…. 지난해 이같은 이유로 폐기한 손상화폐 규모가 6억4000만장에 4조3000억원을 넘어서며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를 신권으로 대체하는 비용 역시 900억원을 돌파해 역대최고치를 기록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중 한은이 폐기한 손상화폐 규모는 6억4100만장에 4조3540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8년(6억2700만장·4조2613억원)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것이며 5만원권이 발행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통계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박종운 한은 발권기획팀장은 “청결도 등을 강조하고 있어 폐기량 증가세가 소폭에 그쳤다. 다만 5만원권이 많이 나가면서 만원권이 많이 들어온 탓에 만원권을 중심으로 폐기량이 증가하게 됐다”며 “만원권과 5만원권과의 대체가 얼마나 강하냐에 따라 폐기량이 늘 수도 있고, 현수준에서 주춤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체비용은 폐기한 돈을 현재 발주단가로 모두 신권으로 바꿀 경우를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발주단가는 제조원가나 발주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실제 발주금액과도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문별로 보면 은행권은 6억1000만장(4조3516억원)에 달했다. 이를 낱장으로 쌓을 경우 높이는 65.2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의 117배, 백두산의 24배, 에베레스트산의 7배에 이른다.
권종별로는 만원권이 3억3000만장으로 폐기은행권 중 53.5%에 달했다. 이어 천원권(2억3000만장, 37.8%), 5천원권(4000만장, 6.7%), 5만원권(1000만장, 2.0%) 순이었다.
주화는 2590만장(24억원)이 폐기됐다. 화종별로는 10원화가 1110만장으로 폐기주화의 42.9%에 달했다. 100원화(990만장, 38.2%), 50원화(260만장, 10.1%), 500원화(230만장, 8.8%)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한은 화폐교환 창구를 통해 교환된 손상화폐 규모는 3180만장에 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2420만장, 56억4000만원) 대비 770만장 17억6000만원 증가한 것이다.
이중 은행권 교환장수는 13만4000장 26억2000만원이었다. 주요 손상사유로는 장판 및 눌림 또는 습기에 의한 부패 등 부적절한 보관에 따른 경우가 6만600장(10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화재(5만1700장, 11억5000만원),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부주의(2만1800장, 3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주화 교환장수는 3170만장 47억8000만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