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서 디지털 강자들의 ‘승자독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5개사가 전체 미국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4%로 36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1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분석했다.
전 세계 시장을 살펴봐도 시총이 1000억 달러(약 116조 원)로 1년 만에 40% 이상 증가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대가 후퇴했지만 디지털화라는 변화의 물결을 타면서도 제대로 이익을 증가시키는 IT 대기업에 대한 인기는 한층 강해지고 있다. 주가 상승 기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테크버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 2만9348.10으로, 3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과 미·중 무역갈등 완화로 투자자들의 돈이 증시로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애플 주가는 최근 1년간 2배 이상 폭등해 시가총액이 현재 1조3979억 달러로 미국 기업 1위를 달리고 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17일 미국 기업 중에서는 애플과 MS, 아마존에 이어 네 번째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기업이 됐다.
소수 대형주가 주가 상승을 견인하는 것이 최근 미국증시의 가장 큰 특징이다. 닛케이 분석에 따르면 애플을 포함한 시총 상위 5개사 합계는 총 5조2500억 달러(약 557조 엔)로, 도쿄증권 거래소 1부 전체 시총인 약 660조 엔에 육박한다. 미국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약 14%로 데이터 집계가 처음 시작된 1984년 이후 36년 만에 최대라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이런 승자독식 현상은 전 세계 증시에도 나타나고 있다. 15일 기준 세계증시에서 시총이 10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은 114개사로, 지난 2018년 말의 79개사에서 44% 늘었다. 특히 IT 버블 시기인 1999년의 47개사,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의 72개사 등 과거 호황기와 비교해도 ‘1000억 달러 클럽’에 속한 기업 수가 훨씬 많다.
특히 이런 호황을 주도하는 것이 디지털 강자들이다. 다국적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의 줄리 스위트 최고경영자(CEO)는 “디지털 변화와 기업 변혁이라는 맥락의 초반에 있는 가운데 우리도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련된 컨설팅이 매출의 65%를 차지하게 됐다”며 IT 기업 강세 현상을 설명했다.
무현금 결제 수요가 늘어나면서 페이팔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결제업체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5G 수요에 힘입어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시총도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기업공개(IPO)를 실시하고 나서 세계 최대 시총 기업으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같은 ‘중후장대형(重厚長大型)’ 산업의 강자도 있지만 디지털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있는 고성장세의 IT 기업들이 훨씬 눈에 띈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중국에서도 알리바바그룹홀딩과 텐센트홀딩스 등 IT 대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이런 승자독식 현상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가운데 기업들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완화를 계속해도 글로벌 경기둔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아 일부 잘나가는 기업에만 자금이 쏠린다는 분석이다.